-사상 첫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서중석= 한국과 중국, 일본은 21세기에 들어와 오히려 20세기보다도 한층 더 심각한 ‘역사전쟁’을 겪고 있다. ‘역사전쟁’을 불러일으킨 기본 동인은 일본정부와 우익이 제공했다. 일본은 1990년대에 들어와 경제적으로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계속 우경화의 길을 걸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일제의 침략을 미화하고 만행을 은폐·축소하려는 이른바 자유주의사관이 등장했다. 일본의 우익들은 국가주의역사관을 주입해 청소년들의 흐트러진 정신상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력·군사력을 발휘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되돌아가기 위해 대일본제국의 역사를 ‘영광의 역사’로 가르쳐야 한다고 일본의 극우정치인, 언론인, 지식인들은 목청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일본 총리가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를 매년 참배한 것도 21세기에 들어와서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본우익의 역사왜곡이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또 아무리 위험한 역사교과서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웃나라가 가만히 있으면 ‘역사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시민세력은 역사바로알기·역사바로세우기운동을 펴면서 국내와 일본의 과거사 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중국 또한 어느 때보다도 일본의 ‘군국주의부활’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제는 중국도 젊은이들 주도로 시민세력이 형성되면서 반일시위까지 출현하게 됐다.
동아시아 역사전쟁은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정신적인 어려움에 싸여 있는 일본, 특히 일본 우익한테는 충격이 필요하다. 한국·일본·중국이 건강한 시민사회, 성숙한 시민사회를 갖기 위해서, 동아시아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관계를 갖기 위해서, 동아시아가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동아시아 역사전쟁은 반드시 요구되는 과정이다. 후쇼샤판 교과서같은 위험한 교과서가 존재하는 한, 그러한 교과서를 일본 문부상이나 이시하라 도쿄도지사 같은 정치세력이 공공연히 지지하는 한, 동아시아는 하루도 편한 날이 있기 어렵다. 동아시아의 비극적인 근대역사를 되돌아볼 때 전쟁세력이 아닌 평화세력이 일본에서 발언권을 가질 때 동아시아 평화는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위험한 교과서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동아시아 주민들이 공통된 역사의식을 가질 때, 다시 말해서 역사인식을 공유할 수 있을 때, 동아시아는 과거를 털어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다. 동아시아 주민들이 역사인식을 공유한다는 것은 일본이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고,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침략과 만행을 생생히 기억하여 다시는 그러한 비인간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동 역사부교재는 동아시아 주민들이 역사인식을 공유하는데 미약하나마 한 발자국을 내디디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중·일 세나라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만들면서 문득문득 유럽공동체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독일이 과거사를 참회하고 사죄하지 않았는데도 과연 오늘날과 같은 유럽공동체가 탄생될 수 있었을까. 독일과 폴란드의 역사교과서 논쟁도 공동의 역사교재를 만드는데 추진력이 되었다. 얼마전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역사교과서 기획이 보도되었을 때 새삼 역사인식 공유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부핑=최근 사람들이 ‘세계화’라는 개념을 늘상 사용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현재의 이 (세계화) 국면이 오직 선진국가의 이익에만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교통·통신이 편리해지고, 지구상 인간들의 거리도 갈수록 가까워지고, 국제간의 민간왕래 역시 불가피하게 갈수록 밀접해지며, 국경을 넘은 활동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지역화와 국제화의 경향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침내 발견하게 되는 것은 모두가 사실은 하나의 조그만 ‘지구촌’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한 마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공동의 이익,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대화와 교류를 통해 공동의 곤란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지구촌 내에서 생활하는 각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구촌 내의 각 나라들은 모두 다른 역사발전 과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이웃 국가간에도 충돌과 전쟁이 있었다. 역사문제가 공동발전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기초 위에서 교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중일) 3국의 역사교재의 기본은 본국 중심으로 편집돼 쓰여진 것이며, 본국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 자료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그런 교재는 다른 국가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수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중·일·한 3국의 청소년들 모두 국제사회와 ‘세계화’의 문제에 대응해, 국제화의 시야와 포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미래의 교재를 만드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오비나타= 공동교과서 출간은 동아시아에 평화의 공동체를 만든다고 하는 큰 꿈과 희망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출판은 원래 목표를 감안하면 작은 달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없었던 장대한 실험인 것은 분명하다. 전쟁과 폭력이 지배한 과거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에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만 현재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또 그것을 통해야만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은 것인지 볼 수 있다. 물론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3국 공통의 역사 교재를 손에 넣어, 함께 서로 배워 논의하는 것은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한 나라만의 역사에서는 아무래도 자국 중심의 폐쇄적인 인식에 빠지기 쉽다. 세 나라를 비교하거나 서로의 관계를 찾아야만 풍부한 관점을 손에 넣어 새로운 시야를 열 수가 있다. 특히 동아시아는 일본의 침략에 의해 잇따른 전쟁의 무대가 됐다. 또 전쟁 후는 엄한 냉전 구조 속에서, 군사적인 긴장이 잇따랐다. 이런 과거를 인식하는 것은 일국 단위의 역사 책에서는 불가능하다. 시민이나 학생들은 이 공동교과서를 읽기 전에 먼저 다른 두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으면 한다. 다른 두 나라에 대한 지식이나 인식이 일면적·단편적이거나 부정확한 것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각 나라마다 중등 교과 과정의 교과서 활용 및 수업 방법이 다를 것이다. 귀하의 나라에서는 <미래를 여는 역사>가 어떤 방식으로 실제 역사교육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에 대한 교사 및 학생들의 반응이 어떨 것으로 보나. 서중석= 최근 한국의 역사교육에서 근현대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근현대사가 별도의 교과로 선택되고 있다. 중학교에서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이 교재가 상당히 활용될 것이다. 특히 근대사를 가르칠 때 일본 우익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도 제기될 경우를 포함해 근대사 수업시간에 이 책은 참고자료나 토론자료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침략과 억압의 시대에 억압당하는 사람의 편에 서서, 그리고 두 나라 또는 세 나라와의 민중연대를 위해 헌신한 인물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의미있는데, 이 책은 그 점을 중시했다. 근현대사의 올바른 교육을 위한 배움책을 제작·사용했던 교사들에게 참고가 되거나 실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기존 교과서에 수록되지 않은 내용이나 동아시아 3국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내용때문에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중학생용으로 제작되었지만 고등학교에서도 활용될 수 있고, 일반인의 대중교육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부핑= 중국의 중고등 학생들은 역사에 대해 큰 흥미를 갖고 있다. 정규 학습 외에도 흥미로운 역사책 읽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다. 우리들은 이 책이 그들의 흥미를 충분히 끌 수 있고, 그들의 평상시 사고에 회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역사교재는 단지 그들에게 ‘회답을 주는’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들은 교사들이 우선 이 책을 읽고, 그 다음에 학생들에게 일러주기를 바란다. 우리들은 또 언론이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이 책에 대해 정확한 보도를 해주기를 바란다. 오비나타=솔직히 말해, 현재 일본의 중학교의 현실은 꽤 엄혹하다. 지금도 중학교에서는 교과서 이외의 부교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통사적 과정을 가르치는 교과서 편제에 맞춘 내용들이다. 그러니까 근현대만을 취급한 <미래를 여는 역사>가 지금 사용되고 있는 다른 부교재를 대신해 학교에서 사용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교육위원회나 학교 당국의 억압도 엄격해지고 있고, 전쟁을 긍정하려는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이나 압력도 예상된다. 따라서 부교재 사용 여부에 대해 낙관할 수는 없다. 전쟁에 대한 일본의 인식과 분위기는, 10년 전과 비교해도 매우 다르다. ‘교과서 공격’이 강해진 결과, 10년 전 모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등장했던 ‘종군위안부’에 관한 서술은 올해 4월 검정을 통과한 새 교과서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난징대학살 부정론도 활개를 치고 있다. 가해나 침략에 대한 비판이 마치 중국·한국의 정치적인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논의나, 중국·한국의 의도적인 반일 교육의 산물인 것으로 파악하는 주장이 당당히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본의 민중이 받은 피해의 측면마저 잊게 해 전쟁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그리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때이기 때문에 더욱 이번 공동교과서 출판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과거를 리얼하게 파악할 수 있는 역사 서술, 중국·한국인들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소재, 아시아의 미래를 전망할 수가 있는 제언이 이 책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실이나 당사자의 증언, 사료 등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읽어, 사실이나 체험에 더해져 역사 문제의 의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현행 교과서에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인물들이, 매력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미래를 여는 역사>에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역사의 풍부함을 깨닫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 공동역사교과서에 대한 주변 학자 또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서중석= 공동교재작업 얘기가 나오게 될 때 꼭 필요한 일을 해낸다고 격려해주는 역사학자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이나 중국측 학자들과 의견차이가 많을 터인데,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최근 역사 교사들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세계의 역사인식 문제가 자주 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중일 3국의 역사인식 문제에 있어 공통의 역사인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미래지향적인 역사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판단이며, 앞으로 보다 나은 저작과 연구들이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편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된 사람들은 출판 일정이나 책의 내용 등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역사교과서 문제나 독도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2005년에 많이 발생하여 일반 시민이나 학생들도 일본이나 중국에 대한 지적 욕구가 확대되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답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고 있는 대중이 많아졌다. 따라서 이 책의 의미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감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부핑= 공동역사교과서 발행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학자 가운데도 비교적 강한 국제화의 의식을 갖고 있어 국제교류와 역사공동인식을 중시하는 학자들은 우리의 활동을 매우 지지하고, 또한 앞으로 유사한 일이 생기면 여기에 참가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국제의식이 강하지 않고, 시야가 폭넓지 않은 학자의 경우에는 (공동교과서 발간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공동교과서 출간이) 효과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들은 이런 학자들 역시 공동 교과서를 본 뒤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학생들도 이 책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오비나타=일본에는 오래 전부터 동아시아의 역사 교육에 대해 연구와 토론을 거듭하고 있는 연구 그룹들이 있다. 특히 연구자·교사 집단 가운데 다양한 그룹이 한·일간 경험·연구를 교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전문적) 시도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공동 교과서 출판에 대해 여러 미숙함이나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졸속이라는 비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5년 봄에 어떻게 해서든 (공동교과서를) 출판하는 것,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합의 사항이었다. 여기에는 세 나라의 역사 교육을 둘러싼 지극히 높은 실천적인 과제 의식이 있었다. 연구나 의논은 많이 필요하고, 물론 우리도 한층 더 그 노력을 계속해 갈 생각이다. 그러나 우선 공통의 작품을 만들어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야 계단을 오를 수가 있다. 이 책이 많은 독자를 획득해, 일본 사회의 역사 인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출판을 앞두고 주변에서 확실한 반응을 느끼고 있다. (공동교과서 출간을) 뉴스를 통해 접한 시민들은 “이러한 책이야말로 가지고 싶었던 교과서다, 쾌거다”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세 나라의 공동의 시도라는 점, 세 나라의 갈등이 극대화된 근대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까지 취급하고 있다는 점, 중학생을 독자로 상정해 알기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 등 공동교과서는 몇가지 실험적인 시도를 포함하고 있다. 공동교과서 발행을 위한 지난 3년간의 집중적인 시도는 실로 많은 교훈을 포함하고 있다. - <미래를 여는 역사>를 펴내는 과정에서 각 나라 역사학자들의 의견차이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논란을 일으켰던 내용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 서중석= 세나라 공동 역사교재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가 많았다.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학자라고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의 경우 시민사회의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고, 중국은 중국대로 고려해야 할 일들이 있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역사교과서에서 비중있게 다루거나 강조하려는 사항이 다를 수 있고, 사료나 관점의 차이로 해석을 달리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중국의 경우 보통의 역사교과서에서는 근대사에서 한국을 언급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청일전쟁조차 주로 일본과의 관계를 서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근대사 연구자조차 임오군란 이후 청국이 조선의 내정간섭을 하면서 개혁에 역행하는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자가 드물 정도다. 그렇지만 일본의 중국 침략과 만행에 대해서는 상세히 기술해왔고, 세 나라 공동 역사교재에도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중국측의 공동교재 발간참여의 핵심 요인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본시민들로서는 침략과 만행이 너무 자세하고 길게, 그리고 강렬한 필치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만주국에 대해서도 일본의 침략이 강조되는 한편 만주국 자체에 대한 서술이나 만주국 주민들의 삶은 중국의 과거 역사교과서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의사소통에 간격이 놓여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은 침략이나 식민지지배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나 대만을 동격에 놓고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측에서 볼 때 억압의 강도가 한국과 대만은 달랐고, 황국신민화운동도 ‘황국신민의 서사’를 한국인에게만 강요한데서 짐작할 수 있듯 한국에서 훨씬 극단적으로 추진되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수천년간 독립국가를 영위해왔다는 점에서 대만과 비슷한 위치에서 다루지는 것에 동의를 하기가 어렵다. 그밖에도 한국의 경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예컨대 간토오 대지진에서의 학살을 한국인이 중국인보다 10배 이상 더 당했는데, ‘한국인·중국인이 많이 학살당했다’는 식으로 기술되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했다. 부핑= 다른 의견은 확실이 너무 많았으며, 하나하나 열거하기가 어렵다. 나는 최대의 문제는 두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협애한 민족주의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국제화’라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만, 실은 수많은 곤란한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 개인의 인식은 초월할 필요가 있으며, 민족이나 국가의 인식은 더욱 초월할 필요가 있다. 또다른 문제는 역사학자가 우선 상대방을 양해, 이해하는 것인데,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이해는 아니며 심각하게, 문화배경을 포함한 것에서부터 민족심리까지 전방위적인 이해를 포함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들이 공동의 바람이 있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오비나타=나로서 강하게 인상에 남은 것은(나의 전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둘러싼 문제다. 애초 우리는 메이지 유신 후의 일본의 동아시아 정책이 동아시아 국가간 관계를 새로 짜는 큰 전환기가 되었다고 하는 이해로부터, 일본의 동아시아 정책을 축으로 삼국 관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구성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것은 강한 비판을 받아, 결국 삼국 각각의 움직임을 병행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게 됐다. 또 내용적으로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래, 일관한 기본 방침으로서 아시아 침략을 노리고 있었는지의 여부, 처음부터 중국 대륙도 한반도와 같게 침략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는지의 여부도 논쟁이 됐다. 한층 더 구체적으로는, 1874년의 대만 출병에 대해 끝까지 옥신각신했다. 일본에서는, 대만 출병의 기본적인 목적은, 류큐(오키나와)가 일본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중국 쪽은 이를 일본에 의한 중국 침략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격렬한 논의가 있었다. 1880년전 후부터 청일 전쟁까지의 양국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논점이 그러했다. 한국은, 일본 뿐만이 아니고, 청나라도 조선에 대해 개입을 강하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그것은 일본의 개입과는 다르다고 반론했다. 이러한 논쟁점이 어떻게 ‘해결’됐는가는, <미래를 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 <미래를 여는 역사>는 앞으로도 보완, 수정 등을 거치며 현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서중석= 이 책이 시중에 나오면 관심이 큰 만큼 지적도 상당이 있을 것이다. 진보적인 역사학자라고 하더라도 국가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견해차이가 있다. 이런 미묘한 것을 포함해 잘 살려내는 것이 세 나라 학생들한테 흥미를 갖게 할 수 있고, 역사인식을 공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중요한 것은 각각 소속되어 있는 국가의 이해관계를 떠나 동아시아 관점에서, 세계사적 관점에서 한·중·일 세 나라의 역사를 보도록 하는 점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부핑= 시간은 너무 부족하지만, 내용상 많은 문제들을 앞으로도 토론할 필요가 있다. 형식상 자세한 연구를 하지 않은 것도 있어, 완전하게 보충해야할 곳도 많다. 그러나 오늘까지 우리들은 여전히 전력을 다해 현재의 일을 완료하는데 도달함으로써, 일을 잘해냈다. 아직 다음 단계의 일을 고려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완전하게 계속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비나타=물론 이번 경험을 살려 한층 더 다음의 비약을 기하고 싶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책을 완성시키는데 힘을 쏟았고, 아직은 보완·수정의 준비에 손을 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책이 완성되면 지난 3년간의 시도에서 무엇이 논점이 됐는지를 밝혀내 정리해 보고 싶다. 다만, 그 전에 후소사판 역사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다. 보완·수정이라는 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획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서로 이야기한 최초의 회의에서, 나는 동시대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싶다(대립과 교류 등 한 나라의 테두리를 넘는 관계나 구조를 파악하고 싶다) 민중의 시점에 서는 것을 중시하고 싶은(인권·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여성·아이·소수자·에스니시티 등에 주목한다)라고 하는 2개를, 기본적인 관점과 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이 있어 구성을 변경했다.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아직도 큰 과제다. 또 일본 쪽에서는 애초 (기존의) 교과서와는 다른 성격의 것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료나 소재를 좀 더 포함 시켜, 아이들이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는 교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면 (통사적) 흐름을 모르게 되어 버릴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세 나라 아이들 사이에는 기본적인 지식에 엇갈림이 있고, 그래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나 위치설정을 먼저 해야 마땅하고, 그래서 읽을거리풍인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어, 결국 (테마 대신 통사적) 흐름을 중시하게 됐다. 그러니까 노력은 했지만, 역시 어느 정도 각국의 교과서의 다이제스트판적인 요소를 가지게 됐니다. 이것도 향후의 과제다. - 공동집필 과정에서 상대 두 나라 역사학자들의 역사인식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거나 느낀 점이 있나. 서중석= 2003년 2월 도쿄회의 때 한 장면이 생각난다. 일본 쪽은 처음 목차를 정할 때 19세기 후반 역사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근대국가로 나아가는 데 메이지유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것이 한국과 중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니까 당연히 목차도 메이지 유신의 영향을 받은 조선과 중국이라는 구도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대화를 통해 메이지유신을 무조건 긍정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로 봐서는 마치 일본의 영향으로 중국과 조선의 근대화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로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일본의 집필자의 의도는 메이유신 이후 일본의 천황제 헌법이 제정되는 역사를 비판적으로 보고자 했고, 그런 일본의 근대사상을 따라 배우려고 했던 다른 나라들의 근대개혁운동 연구가 잘못이 있지 않느냐 하는 시각이었다. 물론 일본의 연구시각에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도 있었다. 과연 일본이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를 침략하게 되는 시점과 원인을 어떻게 설명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일본 집필자들은 이 점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정한론과 강화도 조약 때부터 침략론이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1890년 일본 천황제 헌법과 청일전쟁을 중요한 변수로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직도 일본 제국주의의 기원과 성격, 그리고 그 시점에 대해서는 양국간에 현저한 이론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 쪽의 역사이해는 일제를 비판하는 차원에서는 우리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지만, 역시 부교재의 편찬과 내용에서는 큰 편차를 보였다. 특히 중국의 민족주의랄까 중국인의 정체성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 대화가 안됐던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 쪽 학자들은 자기의 이론에 대해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지나칠 정도로 세부적인 것까지도 명확하게 하려는 학문적 정밀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측면은 우리가 학자적 태도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핑= .공동집필의 과정중에서, 학자들이 서로 이해한다고 느끼기에는 아직 문제가 있다. 어떤 학자는 자기의견을 견지했으며, 다른 나라 학자의 느낌을 그다지 이해하지 않았다. 설령 같은 나라 학자들끼리도 교류와 이해가 필요하다. 하물며 세 나라간에는 상대를 더욱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자는 응당 민중의 이해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오비나타=이번 시도를 통해 역사 연구나 역사 교육의 면에서, 여러가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됐다. 나 스스로 반성한 것도 있다. 아시아와의 연대를 의식하는 양심적 일본인 연구자는 보통 일본 지배의 잔학성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가르칠수록 중국이나 조선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지배 되어 피해를 받는 수동의 존재가 되어 버린다. 일본 교과서에서는, 침략의 문제는 나름대로 적어도 아시아의 사람들의 저항이나 투쟁의 모습은 서술하지 않는다. 또 식민지화 된 한반도에 대한 서술은 1920년 전후에서 끊어진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현재의 일본의 연구에서는 근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나, 내셔널리즘을 넘으려고 하는 연구 관심이 현저하지만, 이 점에서는 중국·한국의 연구 동향과 차이를 느꼈다. 다만, 사회 역사적인 관심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꽤 한국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덧붙여 일본의 멤버 중에서는, 한국측에 대해서,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고 하는 소리가 있던 것을 덧붙여 말해 둔다. 역사 서술의 방법에서도, 많은 위화감을 느꼈다. 먼저도 말한 것처럼, 최초, 3나라가 서로 만나는 것 같은 역사의 전개를 나타내고 싶다, 역사의 구조적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세 나라의 역사의 병렬이라고 하는 면을 가지게 된 것을 피할 수 없었다. - <미래를 여는 역사>는 18세기 개항 이후를 다루고 있다. 고대사 및 전근대사를 다루는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서중석= 이미 한국측은 한·중·일 공동학술회의나 부교재회의에서 이 점을 제의했다. 그런데 그 경우 필진이 바뀌어야 하고, 전근대시기는 상호 관계 갖고 있는 부분이 제한적인데다 그것에 대한 해석차가 의외로 클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전근대의 역사서술은 근현대보다 더욱 심각한 해석차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교류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근대의 민족문제를 다루어야 하고, 동아시아 국제관계로서 조공과 책봉체제에 대한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전근대에서 단순히 국력의 강대함이나 문화의 우월성을 근거로 수직적인 국제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시각으로는 지배와 종속이라는 국가간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 1세기 동안 이루어졌던 삼국간의 역사적 왜곡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일본의 한국 고대사 왜곡 등과 같이 잘못된 역사서술의 뿌리를 찾아내 시정해내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그러한 검토 작업 이후에 삼국간의 전근대사가 올바르게 서술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보다 자율적인 공간과 문화적 독자성이 숨쉬면서도 서로 교류와 융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발전하는 삼국의 역사상을 그려내는 것은 당시 역사상을 복원해내는 것과 아울러 향후 미래의 역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언젠가는 보편적인 인류사로서 동아시아사의 서술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서로 노력해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부핑= 세나라가 근대역사의 문제에서 공동교제를 편집하는 중요한 전제는 근대역사관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번의 공동노력을 통해서, 나는 세나라가 기본적인 역사이론방면에서 비교적 많은 교류와 소통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기본적인 이론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고대에서 전근대사를 편집해 쓰는 것은 많은 곤란한 점이 여전히 있다. 오비나타=물론 필요하다. 고대사·전근대후기를 포함한 역사서가 만들어지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일한의 연구자·교육자의 사이에서는, 차라리 전근대를 중시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선은 그 성과에 기대하고 싶다. 우리의 시도가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지 어떨지 아직 미정이지만, 나로서는 그것보다 근현대 부분을 좀 더 풍부하게 닦아 올려 가기 위한 공동의 시도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근현대사는 현재와 가장 밀접하게 관계된 과거다. 거기에는, 근현대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고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고 하는 절박함이 있다. -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 또는 타이완의 역사인식도 중요하다. 서중석= 일본역사교과서문제와 관련된 한·중·일 학술회의 또는 부교재회의를 열 때 북과 필리핀 참여문제를 몇 차례 심각하게 논의했고 대만측이 참여한 적도 있었다. 앞으로 더욱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참여방식이다. 북이 남의 독립운동사 서술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김일성항일무장투쟁을 어떻게 서술해야 할지 등등의 문제가 격의없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대만의 경우 진보적인 역사학자의 경우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학자와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학자로 대립되어 있으며, 중국의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대만의 서술비중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부핑=우선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은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두개의 나라이지만, 중국대륙과 대만은 하나의 국가라는 것이며, 양자의 정황은 같지 않다고 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간에 역사인식의 토론을 먼저 진행하느냐 마느냐, 중국대륙과 대만간에도 역시인식의 토론을 먼저 진행하느냐 마느냐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앞서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비나타=물론, 이것은 최대의 현안이다. 이번 시도에 대해서도 애초 북한이나 대만도 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대만에 대해서는 한때 구체화하는 국면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중국에 있어, 각각 최대의 과제이기 때문에, 역시 그 입장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면서, 시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시도 안에서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소원과 북한을 짜넣은 역사 서술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할 생각은 강하게 느꼈다. - 공동의 역사인식을 위해 역사학 분야의 교류 및 공동작업 외에 더 필요한 교류 및 공동작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서중석= 한류관계학술회의 같은 한·중·일 학술회의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역사부문에서 초석이 놓여지면, 인문사회과학분아 등의 학술분야나 대중문화 전반에 관한 교류 및 공동작업이 세 나라 사이에 더욱더 활발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유럽공동체는 여러 면에서 동아시아주민들한테 시사와 자극을 줄 것이다. 부핑= 당연히 필요하다. 사실상 이 방면의 관계는 모두 발전 단계에 있다. 역사문제 해결은 각 방면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촉진한다. 오비나타=젊은 분들의 솔직한 교류를 넓혀 깊게 해 가는 것이, 최대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여름, 우리의 회의와 병행해, 일중한의 청소년 역사 체험 캠프가 개최됐다. 국경을 넘는 그런 연대가 나라의 울타리를 낮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아시아의 사람들과 사이가 좋아지기 위해 상대의 역사를 모르면 안된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상대를 알지 않으면, 자신의 역사도 아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나 한국의 역사를 모르면, 일본의 역사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근대의 세 나라의 역사는, 각각 떼어낼 수가 없을만큼 서로 얽혀 있다. 미래의 역사를 열기 위해서는, 각각의 나라의 역사를 서로 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각각이 놓여진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획에 대해 일본 측에서는 국가를 넘어 ‘지구 시민’이라는 관점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에 있어서, 내셔널리즘은 아직도 중요한 과제다. 일본의 경우엔 자국 중심·국익 중심의 폐쇄적·배외적인 역사관, 힘과 전쟁을 긍정해 평화를 비웃는 국제관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국제 연대와 평화를 지향하는 대안으로 대체하고, 풍부한 역사 인식을 만들어내 가는 것이 긴급의 과제다. 이 책의 출판이 계기가 되어, 대화와 연대의 파도가 동아시아에 일어나는 것을 간절히 바란다. 정리/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현재 (한중일) 3국의 역사교재의 기본은 본국 중심으로 편집돼 쓰여진 것이며, 본국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 자료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그런 교재는 다른 국가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수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중·일·한 3국의 청소년들 모두 국제사회와 ‘세계화’의 문제에 대응해, 국제화의 시야와 포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미래의 교재를 만드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오비나타= 공동교과서 출간은 동아시아에 평화의 공동체를 만든다고 하는 큰 꿈과 희망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출판은 원래 목표를 감안하면 작은 달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없었던 장대한 실험인 것은 분명하다. 전쟁과 폭력이 지배한 과거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에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만 현재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또 그것을 통해야만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은 것인지 볼 수 있다. 물론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3국 공통의 역사 교재를 손에 넣어, 함께 서로 배워 논의하는 것은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한 나라만의 역사에서는 아무래도 자국 중심의 폐쇄적인 인식에 빠지기 쉽다. 세 나라를 비교하거나 서로의 관계를 찾아야만 풍부한 관점을 손에 넣어 새로운 시야를 열 수가 있다. 특히 동아시아는 일본의 침략에 의해 잇따른 전쟁의 무대가 됐다. 또 전쟁 후는 엄한 냉전 구조 속에서, 군사적인 긴장이 잇따랐다. 이런 과거를 인식하는 것은 일국 단위의 역사 책에서는 불가능하다. 시민이나 학생들은 이 공동교과서를 읽기 전에 먼저 다른 두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으면 한다. 다른 두 나라에 대한 지식이나 인식이 일면적·단편적이거나 부정확한 것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각 나라마다 중등 교과 과정의 교과서 활용 및 수업 방법이 다를 것이다. 귀하의 나라에서는 <미래를 여는 역사>가 어떤 방식으로 실제 역사교육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에 대한 교사 및 학생들의 반응이 어떨 것으로 보나. 서중석= 최근 한국의 역사교육에서 근현대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근현대사가 별도의 교과로 선택되고 있다. 중학교에서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이 교재가 상당히 활용될 것이다. 특히 근대사를 가르칠 때 일본 우익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도 제기될 경우를 포함해 근대사 수업시간에 이 책은 참고자료나 토론자료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침략과 억압의 시대에 억압당하는 사람의 편에 서서, 그리고 두 나라 또는 세 나라와의 민중연대를 위해 헌신한 인물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의미있는데, 이 책은 그 점을 중시했다. 근현대사의 올바른 교육을 위한 배움책을 제작·사용했던 교사들에게 참고가 되거나 실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기존 교과서에 수록되지 않은 내용이나 동아시아 3국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내용때문에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중학생용으로 제작되었지만 고등학교에서도 활용될 수 있고, 일반인의 대중교육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부핑= 중국의 중고등 학생들은 역사에 대해 큰 흥미를 갖고 있다. 정규 학습 외에도 흥미로운 역사책 읽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다. 우리들은 이 책이 그들의 흥미를 충분히 끌 수 있고, 그들의 평상시 사고에 회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역사교재는 단지 그들에게 ‘회답을 주는’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들은 교사들이 우선 이 책을 읽고, 그 다음에 학생들에게 일러주기를 바란다. 우리들은 또 언론이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이 책에 대해 정확한 보도를 해주기를 바란다. 오비나타=솔직히 말해, 현재 일본의 중학교의 현실은 꽤 엄혹하다. 지금도 중학교에서는 교과서 이외의 부교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통사적 과정을 가르치는 교과서 편제에 맞춘 내용들이다. 그러니까 근현대만을 취급한 <미래를 여는 역사>가 지금 사용되고 있는 다른 부교재를 대신해 학교에서 사용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교육위원회나 학교 당국의 억압도 엄격해지고 있고, 전쟁을 긍정하려는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이나 압력도 예상된다. 따라서 부교재 사용 여부에 대해 낙관할 수는 없다. 전쟁에 대한 일본의 인식과 분위기는, 10년 전과 비교해도 매우 다르다. ‘교과서 공격’이 강해진 결과, 10년 전 모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등장했던 ‘종군위안부’에 관한 서술은 올해 4월 검정을 통과한 새 교과서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난징대학살 부정론도 활개를 치고 있다. 가해나 침략에 대한 비판이 마치 중국·한국의 정치적인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논의나, 중국·한국의 의도적인 반일 교육의 산물인 것으로 파악하는 주장이 당당히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본의 민중이 받은 피해의 측면마저 잊게 해 전쟁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그리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때이기 때문에 더욱 이번 공동교과서 출판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과거를 리얼하게 파악할 수 있는 역사 서술, 중국·한국인들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소재, 아시아의 미래를 전망할 수가 있는 제언이 이 책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실이나 당사자의 증언, 사료 등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읽어, 사실이나 체험에 더해져 역사 문제의 의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현행 교과서에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인물들이, 매력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미래를 여는 역사>에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역사의 풍부함을 깨닫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 공동역사교과서에 대한 주변 학자 또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서중석= 공동교재작업 얘기가 나오게 될 때 꼭 필요한 일을 해낸다고 격려해주는 역사학자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이나 중국측 학자들과 의견차이가 많을 터인데,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최근 역사 교사들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세계의 역사인식 문제가 자주 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중일 3국의 역사인식 문제에 있어 공통의 역사인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미래지향적인 역사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판단이며, 앞으로 보다 나은 저작과 연구들이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편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된 사람들은 출판 일정이나 책의 내용 등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역사교과서 문제나 독도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2005년에 많이 발생하여 일반 시민이나 학생들도 일본이나 중국에 대한 지적 욕구가 확대되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답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고 있는 대중이 많아졌다. 따라서 이 책의 의미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감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부핑= 공동역사교과서 발행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학자 가운데도 비교적 강한 국제화의 의식을 갖고 있어 국제교류와 역사공동인식을 중시하는 학자들은 우리의 활동을 매우 지지하고, 또한 앞으로 유사한 일이 생기면 여기에 참가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국제의식이 강하지 않고, 시야가 폭넓지 않은 학자의 경우에는 (공동교과서 발간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공동교과서 출간이) 효과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들은 이런 학자들 역시 공동 교과서를 본 뒤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학생들도 이 책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오비나타=일본에는 오래 전부터 동아시아의 역사 교육에 대해 연구와 토론을 거듭하고 있는 연구 그룹들이 있다. 특히 연구자·교사 집단 가운데 다양한 그룹이 한·일간 경험·연구를 교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전문적) 시도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공동 교과서 출판에 대해 여러 미숙함이나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졸속이라는 비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5년 봄에 어떻게 해서든 (공동교과서를) 출판하는 것,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합의 사항이었다. 여기에는 세 나라의 역사 교육을 둘러싼 지극히 높은 실천적인 과제 의식이 있었다. 연구나 의논은 많이 필요하고, 물론 우리도 한층 더 그 노력을 계속해 갈 생각이다. 그러나 우선 공통의 작품을 만들어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야 계단을 오를 수가 있다. 이 책이 많은 독자를 획득해, 일본 사회의 역사 인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출판을 앞두고 주변에서 확실한 반응을 느끼고 있다. (공동교과서 출간을) 뉴스를 통해 접한 시민들은 “이러한 책이야말로 가지고 싶었던 교과서다, 쾌거다”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세 나라의 공동의 시도라는 점, 세 나라의 갈등이 극대화된 근대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까지 취급하고 있다는 점, 중학생을 독자로 상정해 알기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 등 공동교과서는 몇가지 실험적인 시도를 포함하고 있다. 공동교과서 발행을 위한 지난 3년간의 집중적인 시도는 실로 많은 교훈을 포함하고 있다. - <미래를 여는 역사>를 펴내는 과정에서 각 나라 역사학자들의 의견차이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논란을 일으켰던 내용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 서중석= 세나라 공동 역사교재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가 많았다.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학자라고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의 경우 시민사회의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고, 중국은 중국대로 고려해야 할 일들이 있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역사교과서에서 비중있게 다루거나 강조하려는 사항이 다를 수 있고, 사료나 관점의 차이로 해석을 달리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중국의 경우 보통의 역사교과서에서는 근대사에서 한국을 언급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청일전쟁조차 주로 일본과의 관계를 서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근대사 연구자조차 임오군란 이후 청국이 조선의 내정간섭을 하면서 개혁에 역행하는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자가 드물 정도다. 그렇지만 일본의 중국 침략과 만행에 대해서는 상세히 기술해왔고, 세 나라 공동 역사교재에도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중국측의 공동교재 발간참여의 핵심 요인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본시민들로서는 침략과 만행이 너무 자세하고 길게, 그리고 강렬한 필치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만주국에 대해서도 일본의 침략이 강조되는 한편 만주국 자체에 대한 서술이나 만주국 주민들의 삶은 중국의 과거 역사교과서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의사소통에 간격이 놓여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은 침략이나 식민지지배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나 대만을 동격에 놓고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측에서 볼 때 억압의 강도가 한국과 대만은 달랐고, 황국신민화운동도 ‘황국신민의 서사’를 한국인에게만 강요한데서 짐작할 수 있듯 한국에서 훨씬 극단적으로 추진되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수천년간 독립국가를 영위해왔다는 점에서 대만과 비슷한 위치에서 다루지는 것에 동의를 하기가 어렵다. 그밖에도 한국의 경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예컨대 간토오 대지진에서의 학살을 한국인이 중국인보다 10배 이상 더 당했는데, ‘한국인·중국인이 많이 학살당했다’는 식으로 기술되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했다. 부핑= 다른 의견은 확실이 너무 많았으며, 하나하나 열거하기가 어렵다. 나는 최대의 문제는 두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협애한 민족주의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국제화’라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만, 실은 수많은 곤란한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 개인의 인식은 초월할 필요가 있으며, 민족이나 국가의 인식은 더욱 초월할 필요가 있다. 또다른 문제는 역사학자가 우선 상대방을 양해, 이해하는 것인데,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이해는 아니며 심각하게, 문화배경을 포함한 것에서부터 민족심리까지 전방위적인 이해를 포함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들이 공동의 바람이 있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오비나타=나로서 강하게 인상에 남은 것은(나의 전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둘러싼 문제다. 애초 우리는 메이지 유신 후의 일본의 동아시아 정책이 동아시아 국가간 관계를 새로 짜는 큰 전환기가 되었다고 하는 이해로부터, 일본의 동아시아 정책을 축으로 삼국 관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구성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것은 강한 비판을 받아, 결국 삼국 각각의 움직임을 병행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게 됐다. 또 내용적으로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래, 일관한 기본 방침으로서 아시아 침략을 노리고 있었는지의 여부, 처음부터 중국 대륙도 한반도와 같게 침략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는지의 여부도 논쟁이 됐다. 한층 더 구체적으로는, 1874년의 대만 출병에 대해 끝까지 옥신각신했다. 일본에서는, 대만 출병의 기본적인 목적은, 류큐(오키나와)가 일본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중국 쪽은 이를 일본에 의한 중국 침략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격렬한 논의가 있었다. 1880년전 후부터 청일 전쟁까지의 양국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논점이 그러했다. 한국은, 일본 뿐만이 아니고, 청나라도 조선에 대해 개입을 강하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그것은 일본의 개입과는 다르다고 반론했다. 이러한 논쟁점이 어떻게 ‘해결’됐는가는, <미래를 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 <미래를 여는 역사>는 앞으로도 보완, 수정 등을 거치며 현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서중석= 이 책이 시중에 나오면 관심이 큰 만큼 지적도 상당이 있을 것이다. 진보적인 역사학자라고 하더라도 국가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견해차이가 있다. 이런 미묘한 것을 포함해 잘 살려내는 것이 세 나라 학생들한테 흥미를 갖게 할 수 있고, 역사인식을 공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중요한 것은 각각 소속되어 있는 국가의 이해관계를 떠나 동아시아 관점에서, 세계사적 관점에서 한·중·일 세 나라의 역사를 보도록 하는 점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부핑= 시간은 너무 부족하지만, 내용상 많은 문제들을 앞으로도 토론할 필요가 있다. 형식상 자세한 연구를 하지 않은 것도 있어, 완전하게 보충해야할 곳도 많다. 그러나 오늘까지 우리들은 여전히 전력을 다해 현재의 일을 완료하는데 도달함으로써, 일을 잘해냈다. 아직 다음 단계의 일을 고려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완전하게 계속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비나타=물론 이번 경험을 살려 한층 더 다음의 비약을 기하고 싶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책을 완성시키는데 힘을 쏟았고, 아직은 보완·수정의 준비에 손을 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책이 완성되면 지난 3년간의 시도에서 무엇이 논점이 됐는지를 밝혀내 정리해 보고 싶다. 다만, 그 전에 후소사판 역사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다. 보완·수정이라는 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획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서로 이야기한 최초의 회의에서, 나는 동시대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싶다(대립과 교류 등 한 나라의 테두리를 넘는 관계나 구조를 파악하고 싶다) 민중의 시점에 서는 것을 중시하고 싶은(인권·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여성·아이·소수자·에스니시티 등에 주목한다)라고 하는 2개를, 기본적인 관점과 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이 있어 구성을 변경했다.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아직도 큰 과제다. 또 일본 쪽에서는 애초 (기존의) 교과서와는 다른 성격의 것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료나 소재를 좀 더 포함 시켜, 아이들이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는 교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면 (통사적) 흐름을 모르게 되어 버릴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세 나라 아이들 사이에는 기본적인 지식에 엇갈림이 있고, 그래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나 위치설정을 먼저 해야 마땅하고, 그래서 읽을거리풍인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어, 결국 (테마 대신 통사적) 흐름을 중시하게 됐다. 그러니까 노력은 했지만, 역시 어느 정도 각국의 교과서의 다이제스트판적인 요소를 가지게 됐니다. 이것도 향후의 과제다. - 공동집필 과정에서 상대 두 나라 역사학자들의 역사인식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거나 느낀 점이 있나. 서중석= 2003년 2월 도쿄회의 때 한 장면이 생각난다. 일본 쪽은 처음 목차를 정할 때 19세기 후반 역사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근대국가로 나아가는 데 메이지유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것이 한국과 중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니까 당연히 목차도 메이지 유신의 영향을 받은 조선과 중국이라는 구도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대화를 통해 메이지유신을 무조건 긍정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로 봐서는 마치 일본의 영향으로 중국과 조선의 근대화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로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일본의 집필자의 의도는 메이유신 이후 일본의 천황제 헌법이 제정되는 역사를 비판적으로 보고자 했고, 그런 일본의 근대사상을 따라 배우려고 했던 다른 나라들의 근대개혁운동 연구가 잘못이 있지 않느냐 하는 시각이었다. 물론 일본의 연구시각에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도 있었다. 과연 일본이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를 침략하게 되는 시점과 원인을 어떻게 설명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일본 집필자들은 이 점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정한론과 강화도 조약 때부터 침략론이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1890년 일본 천황제 헌법과 청일전쟁을 중요한 변수로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직도 일본 제국주의의 기원과 성격, 그리고 그 시점에 대해서는 양국간에 현저한 이론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 쪽의 역사이해는 일제를 비판하는 차원에서는 우리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지만, 역시 부교재의 편찬과 내용에서는 큰 편차를 보였다. 특히 중국의 민족주의랄까 중국인의 정체성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 대화가 안됐던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 쪽 학자들은 자기의 이론에 대해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지나칠 정도로 세부적인 것까지도 명확하게 하려는 학문적 정밀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측면은 우리가 학자적 태도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핑= .공동집필의 과정중에서, 학자들이 서로 이해한다고 느끼기에는 아직 문제가 있다. 어떤 학자는 자기의견을 견지했으며, 다른 나라 학자의 느낌을 그다지 이해하지 않았다. 설령 같은 나라 학자들끼리도 교류와 이해가 필요하다. 하물며 세 나라간에는 상대를 더욱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자는 응당 민중의 이해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오비나타=이번 시도를 통해 역사 연구나 역사 교육의 면에서, 여러가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됐다. 나 스스로 반성한 것도 있다. 아시아와의 연대를 의식하는 양심적 일본인 연구자는 보통 일본 지배의 잔학성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가르칠수록 중국이나 조선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지배 되어 피해를 받는 수동의 존재가 되어 버린다. 일본 교과서에서는, 침략의 문제는 나름대로 적어도 아시아의 사람들의 저항이나 투쟁의 모습은 서술하지 않는다. 또 식민지화 된 한반도에 대한 서술은 1920년 전후에서 끊어진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현재의 일본의 연구에서는 근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나, 내셔널리즘을 넘으려고 하는 연구 관심이 현저하지만, 이 점에서는 중국·한국의 연구 동향과 차이를 느꼈다. 다만, 사회 역사적인 관심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꽤 한국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덧붙여 일본의 멤버 중에서는, 한국측에 대해서,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고 하는 소리가 있던 것을 덧붙여 말해 둔다. 역사 서술의 방법에서도, 많은 위화감을 느꼈다. 먼저도 말한 것처럼, 최초, 3나라가 서로 만나는 것 같은 역사의 전개를 나타내고 싶다, 역사의 구조적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세 나라의 역사의 병렬이라고 하는 면을 가지게 된 것을 피할 수 없었다. - <미래를 여는 역사>는 18세기 개항 이후를 다루고 있다. 고대사 및 전근대사를 다루는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서중석= 이미 한국측은 한·중·일 공동학술회의나 부교재회의에서 이 점을 제의했다. 그런데 그 경우 필진이 바뀌어야 하고, 전근대시기는 상호 관계 갖고 있는 부분이 제한적인데다 그것에 대한 해석차가 의외로 클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전근대의 역사서술은 근현대보다 더욱 심각한 해석차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교류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근대의 민족문제를 다루어야 하고, 동아시아 국제관계로서 조공과 책봉체제에 대한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전근대에서 단순히 국력의 강대함이나 문화의 우월성을 근거로 수직적인 국제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시각으로는 지배와 종속이라는 국가간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 1세기 동안 이루어졌던 삼국간의 역사적 왜곡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일본의 한국 고대사 왜곡 등과 같이 잘못된 역사서술의 뿌리를 찾아내 시정해내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그러한 검토 작업 이후에 삼국간의 전근대사가 올바르게 서술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보다 자율적인 공간과 문화적 독자성이 숨쉬면서도 서로 교류와 융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발전하는 삼국의 역사상을 그려내는 것은 당시 역사상을 복원해내는 것과 아울러 향후 미래의 역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언젠가는 보편적인 인류사로서 동아시아사의 서술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서로 노력해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부핑= 세나라가 근대역사의 문제에서 공동교제를 편집하는 중요한 전제는 근대역사관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번의 공동노력을 통해서, 나는 세나라가 기본적인 역사이론방면에서 비교적 많은 교류와 소통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기본적인 이론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고대에서 전근대사를 편집해 쓰는 것은 많은 곤란한 점이 여전히 있다. 오비나타=물론 필요하다. 고대사·전근대후기를 포함한 역사서가 만들어지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일한의 연구자·교육자의 사이에서는, 차라리 전근대를 중시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선은 그 성과에 기대하고 싶다. 우리의 시도가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지 어떨지 아직 미정이지만, 나로서는 그것보다 근현대 부분을 좀 더 풍부하게 닦아 올려 가기 위한 공동의 시도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근현대사는 현재와 가장 밀접하게 관계된 과거다. 거기에는, 근현대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고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고 하는 절박함이 있다. -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 또는 타이완의 역사인식도 중요하다. 서중석= 일본역사교과서문제와 관련된 한·중·일 학술회의 또는 부교재회의를 열 때 북과 필리핀 참여문제를 몇 차례 심각하게 논의했고 대만측이 참여한 적도 있었다. 앞으로 더욱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참여방식이다. 북이 남의 독립운동사 서술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김일성항일무장투쟁을 어떻게 서술해야 할지 등등의 문제가 격의없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대만의 경우 진보적인 역사학자의 경우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학자와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학자로 대립되어 있으며, 중국의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대만의 서술비중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부핑=우선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은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두개의 나라이지만, 중국대륙과 대만은 하나의 국가라는 것이며, 양자의 정황은 같지 않다고 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간에 역사인식의 토론을 먼저 진행하느냐 마느냐, 중국대륙과 대만간에도 역시인식의 토론을 먼저 진행하느냐 마느냐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앞서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비나타=물론, 이것은 최대의 현안이다. 이번 시도에 대해서도 애초 북한이나 대만도 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대만에 대해서는 한때 구체화하는 국면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중국에 있어, 각각 최대의 과제이기 때문에, 역시 그 입장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면서, 시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시도 안에서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소원과 북한을 짜넣은 역사 서술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할 생각은 강하게 느꼈다. - 공동의 역사인식을 위해 역사학 분야의 교류 및 공동작업 외에 더 필요한 교류 및 공동작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서중석= 한류관계학술회의 같은 한·중·일 학술회의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역사부문에서 초석이 놓여지면, 인문사회과학분아 등의 학술분야나 대중문화 전반에 관한 교류 및 공동작업이 세 나라 사이에 더욱더 활발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유럽공동체는 여러 면에서 동아시아주민들한테 시사와 자극을 줄 것이다. 부핑= 당연히 필요하다. 사실상 이 방면의 관계는 모두 발전 단계에 있다. 역사문제 해결은 각 방면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촉진한다. 오비나타=젊은 분들의 솔직한 교류를 넓혀 깊게 해 가는 것이, 최대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여름, 우리의 회의와 병행해, 일중한의 청소년 역사 체험 캠프가 개최됐다. 국경을 넘는 그런 연대가 나라의 울타리를 낮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아시아의 사람들과 사이가 좋아지기 위해 상대의 역사를 모르면 안된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상대를 알지 않으면, 자신의 역사도 아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나 한국의 역사를 모르면, 일본의 역사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근대의 세 나라의 역사는, 각각 떼어낼 수가 없을만큼 서로 얽혀 있다. 미래의 역사를 열기 위해서는, 각각의 나라의 역사를 서로 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각각이 놓여진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획에 대해 일본 측에서는 국가를 넘어 ‘지구 시민’이라는 관점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에 있어서, 내셔널리즘은 아직도 중요한 과제다. 일본의 경우엔 자국 중심·국익 중심의 폐쇄적·배외적인 역사관, 힘과 전쟁을 긍정해 평화를 비웃는 국제관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국제 연대와 평화를 지향하는 대안으로 대체하고, 풍부한 역사 인식을 만들어내 가는 것이 긴급의 과제다. 이 책의 출판이 계기가 되어, 대화와 연대의 파도가 동아시아에 일어나는 것을 간절히 바란다. 정리/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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