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보도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 부근에서 핵실험 준비 징후를 포착했으며, 최근엔 실험용 지하터널과 관찰대를 건설하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잡혔다고 6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징후와 관련된 최근의 위성사진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작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을 둘러싼 미 행정부 관리들의 의견은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 신문은 몇몇 정부 관리들의 말을 따, 최근 들어 북한의 핵실험 준비로 보이는 활동이 부쩍 증가했는데 그 중에는 터널 공사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 터널은 지난 1998년 파키스탄이 핵실험 때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핵실험용 터널은 흙을 파낸 뒤 폭발의 후폭풍을 견뎌내기 위해 다른 밀봉물질을 안으로 집어넣는다는 점에서 일반 광산용 갱도와 쉽게 구별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핵문제 분석에 능한 한 정보담당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위성사진에 나타난 터널을 잘 살펴보면 다시 메우기 위해 무언가 옮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의심스러운 장소로 지목하는 함북 길주는 고립된데다 바위투성이의 지역으로, 핵무기 저장용으로 보이는 지하터널 위로는 산들이 펼쳐져 있다.
북한 행동이 핵실험 준비용일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증거는 의심 지역에서 몇 마일 떨어진 지점에 높은 관찰대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뉴욕타임스>는 한 관리의 말을 빌려, “북한은 1998년 미사일 실험을 할 때도 외부 인사들을 초청해 관찰대에서 보게 했다”며 “특히 이 부분이 백악관의 관심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의 핵실험 관련 움직임과 관련해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증거는 없다고 미 관리들은 밝혔다.
이와 함께 정보분석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런 행동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정교한 술수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예컨대 북한이 핵활동을 감축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유화책들을 가능한 한 많이 끌어내기 위해 최근의 행동이 나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움직임엔 핵실험의 크기와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자동표시 전자장치의 모습이 보이질 않고 있어, 북한이 진정으로 핵실험을 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게 한다. 한 고위관리는 “북한은 핵문제를 어떻게 하면 협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지 비법을 터득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로선 그들의 의도를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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