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전산망에 성토 글
“어차피 터질 일”…간부들은 불편한 심기
“어차피 터질 일”…간부들은 불편한 심기
감사원이 눈에 띄게 술렁이고 있다.
쌀 직불금 감사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며 감사원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직원들이 자괴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감사원 6급 이하 직원모임인 실무자협의회가 내부 전산망을 통해 ‘권력에 줄을 대거나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을 촉구하고 나서자, 상당수 간부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부 전산망에 가끔 원내 복지문제 등에 대한 직원들의 목소리가 올라간 적이 있지만, 감사 현안에 대해 직원들이 실무자협의회의 이름을 내걸고 성토하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감사원의 한 직원은 21일 “여야 합의로 감사원이 국회 국정조사 대상이 된 데 이어, 시민·사회·농민단체까지 가세해 직불금 감사결과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등 감사원의 생명인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감사원 직원들은 일을 손에 잡지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이 직원은 전했다.
그러나 내부 전산망에 올라온 글을 놓고 직급 등 각자 처한 처지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간부들은 “조직이 이렇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하필 이럴 때 조직을 금가게 하는 글을 외부로 유출하다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많은 직원들이 인적 쇄신을 촉구한 내부 목소리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외부의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한 사무관은 전했다. 이 사무관은 “어차피 터질 일이었다. 이번 기회에 감사원이 쇄신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린 것은 실무자협의회 회장직무대행 김아무개(6급)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1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감사행정 전반에 걸친) 내부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에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렸다”며 “외부에 알릴 의도는 없었던 만큼, 더 이상의 언론 접촉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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