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부 기관 정보공개 실태
정보공개 주기 늦추거나 ‘겉치레’ 내용도
비공개 결정도 남발 “명백한 불법” 논란
비공개 결정도 남발 “명백한 불법” 논란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공개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
<한겨레>가 3일 청와대를 비롯한 중앙 행정기관 18곳의 누리집을 조사한 결과, 정권 홍보성 정보는 넘쳐나고 있지만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 정책, 장차관 업무 추진비 내역 등에 관한 정보는 뒷전에 밀려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법은 장차관 업무추진비 등 행정 감시를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정책 정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관한 정보는 따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누리집 등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기관은 어떤 정보를 언제 어떻게 공개할지 등에 관한 목록을 작성해 알려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세 기관은 이런 목록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달 31일에야 뒤늦게 목록을 누리집에 공개했다.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등 기관 8곳은 공개 부서와 공개 내용만 있을 뿐 공개 주기·방법·시기 등은 빠져 있었다. 특히 재정부와 교과부는 매달 한 번씩 하던 기관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공개도 현 정부 들어서는 아예 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 주기를 늦추거나 부실하게 공개한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월 공개하던 장차관 업무추진비 내역을 현 정부 들어서는 3월과 5월 두 차례만 공개했다. 국토부는 분기별로 장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면서 지난달 29일에야 뒤늦게 1, 2분기 내역을 함께 공개했다. 그마저도 ‘관계기관 업무협의 추진 경비 5200여만원’과 같이 달랑 6개 항목으로 모두 8700여만원을 썼다고 밝히는 ‘하나 마나한 공개’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밖에도 정보공개 후퇴 조짐은 현 정부 들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중앙 행정부처의 한 공무원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 행정기관의 정보 비공개 결정 비율이 훨씬 높아졌고, 기록물 생산량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통상 1년에 4만여건의 기록을 생산·등록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 초에 기록이 더 많아져야 함에도 7월 말까지 등록한 기록이 1만여건에 불과하다”며 “기록이 자동으로 남게 되는 전자문서 결재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되지 않은 기록은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도 없고, 언제든 폐기할 수 있다.
법으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비공개 결정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진한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정부 들어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도 않고 비공개 결정을 내리는 명백한 불법행위가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 정보공개 논란에 대해 재정부와 교과부 관계자들은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홈페이지 개편이 늦어져 공개를 못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 쪽은 “촛불집회 때 국민과 의사소통이 부족했다고 반성하면서도 정권 홍보에 치중한 채 소통 수단인 정보공개를 정권 출범 뒤 5개월이 지나도록 늦추고 있는 이유로는 너무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