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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국-일본 ‘독도대책’ 차이는

등록 2008-07-28 22:50수정 2008-07-29 01:07

외교통상부 간부들이 2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상황실에서 열린 ‘독도 태스크포스’ 첫 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유명환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외교통상부 간부들이 2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상황실에서 열린 ‘독도 태스크포스’ 첫 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유명환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명박 정부 망신·무능 외교
한국…행동없이 말로만
일본…말없이 행동으로
한국…행동없이 말로만
“단호·치밀” 외치며 ‘과거사 역주행’ 역사대책팀 해체하고 예산 깎아

“단호하게 대응하되, 즉흥적이고 일회적 강경대응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해 내린 대응 지침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정부기관인 지명위원회(BGN)가 독도의 영토주권을 ‘주권 미지정’으로 변경한 사실을 정부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데서 드러나듯, 정부의 실제 대응은 이 대통령의 ‘지침’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새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취지의 문구를 명기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독도 실효적 지배 강화 조처 △동북아역사재단 등을 통한 역사연구 강화, 한·중·일 공동 역사연구 및 공동 교과서 제작 추진 등 국제 활동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방향을 잘 잡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또 일본의 ‘독도 도발’ 이후 국무총리 산하에 ‘정부합동 독도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등 범정부적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정작 한국 쪽의 명분을 강화하고 대일 대응 능력을 높이는 ‘기초체력’ 강화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많다.


‘뉴라이트 사관’에 입각한 ‘과거사 역주행’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교육부의 ‘동북아역사문제 대책팀’을 해체시켰다.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진상규명,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진상규명 등 ‘일제 식민지배 역사’와 직결된 과거사 관련 단체들의 예산도 최대 30% 삭감 방침을 밝혔다.

최근엔 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에 반대한 인물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해 대한민국독립유공자유족회 등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 대통령은 친일인명사전 편찬작업에 대해서도 “친일 문제는 국민화합 차원에서 공과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는데”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몰역사적 태도 때문에, 독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제의 식민지 침탈 과정에 뿌리를 둔 역사 문제라는 한국 쪽의 논거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한국은 일본에 비해 국력이나 외교력에서 열세”라며 “튼튼한 역사인식에 밑받침되지 못한 대응은 국제사회에서 힘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식민 지배로 얽힌 한-일의 특수 관계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잣대로 재해석해 미국 등을 상대로 ‘역사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 동포 사회가 합심해 미국 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을 이끌어낸 것과 같은 ‘역사 외교’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뿌리부터 뒤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8일 외교부의 독도 태스크포스 1차회의를 마친 뒤 “첫 회의 결과 미 지명위원회의 독도 영유 관련 표기를 원 상태로 복원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해 미국 쪽의 관련 기관과 직접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일본…말없이 행동으로
반세기 동안 집요한 국제분쟁화, 물밑에서 연구하며 전방위 협력

지난해 12월 일본 외무성은 미국 포틀랜드 일본총영사를 통해 미국 오리건주에 유감을 표시했다. 외무성은 오리건주가 차량 운전면허 취득 방법을 써놓은 공식 홈페이지 한국어판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한글이 쓰인 것을 보고 “다케시마에 관한 부적절한 표기”라며 빨리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오리건주는 한글 홈페이지를 열람할 수 없도록 조처하고 통보했다고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국회 답변에서 밝혔다.

오리건주 사례는 일본 정부가 독도를 국제분쟁화하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노력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오리건주의 반응은 실제 일본 정부의 국제분쟁화 노력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1954년 일본 정부가 구상서(외교 문서의 일종)로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한국 쪽에 공식 제의한 이래, 반세기 넘게 일본은 끈질기게 독도의 국제분쟁화를 꾀해 왔다. 한국이 독도의 실효지배 쪽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이 일본은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독도가 자국 영토임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작업을 진행했다. 50년대 초반부터 독도 연구에 착수한 외무성 관리 출신 관변학자 가와카미 겐지는 연구를 집대성한 <다케시마의 역사지리학적 연구>를 펴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논리를 뒷받침했다.

99년 외무성 홈페이지에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싣기 시작한 일본 정부는 거의 해마다 홈페이지를 정비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독도는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밝히는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현 대학 명예교수는 일본 외무성이 최근 3년간 3차례 홈페이지를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다케시마-독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열 가지 포인트’라는 팸플릿을 한국어, 영어로도 인쇄하게 하는 등 홍보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문부과학성·방위성·지방자치단체, 심지어 우익단체까지 전방위적이며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05년 3월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에 한국 정부가 강하게 항의하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제니야 마사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중학교 사회교과의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명기 결정을 한 이유 중의 하나는 시마네현의 명기 요청이라고 거론했다. 다케시마의 날 제정이 지자체의 독자적 판단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방위성은 2005년 이후 해마다 <방위백서>에서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인 북방 영토와 다케시마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우익단체와 정치권의 교과서 우파세력들에게 독도 문제는 우파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절호의 재료’이다. 지난 14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발표 이후 일본 우익단체들은 거의 매일 주일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익단체들은 영토 문제와 관련해 현재 러시아와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북방 4개 섬에 집중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독도에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우익단체들은 지난 4월20일 방일한 이명박 대통령의 재일동포 대상 만찬장 호텔 주변에 모여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 “이명박은 다케시마를 반환하라”고 외치며 소란을 피웠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 쪽이 이번 교과서 명기에 ‘다케시마는 고유 영토’라는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생색내나, 독도 문제를 북방 영토 수준으로 높여 놓은 게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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