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오마르 구엘레 지부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학자들이 본 이명박 정부 석달
출범 석달을 맞은 이명박 정부가 심각한 위기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진보 성향 학자들은 물론, 중도와 보수 성향의 학자들도 마찬가지 진단을 내놓는다. ‘신권위주의’ 시대의 도래를 걱정하거나, 스스로 표방한 실용주의조차 저버렸다고 비판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 다원화 사회와 충돌” 임혁백 고려대 교수
“스스로 실용주의 저버려 보수이념 편향만 택해” 손호철 서강대 교수
“신자유주의 갈등 심화 물리력 의한 통치 선택” 박명림 연세대 교수
“무능 예상밖 빨리 드러나 시장 실패로 권위주의화” ■ “시대 변화를 모른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정부의 ‘부적응’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이후 한국 정치 환경은 집중·통제의 시대에서 자율·분권의 시대로 크게 변화했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 파워’의 시대에 ‘하드 파워’의 리더십을 고집하는 게 최근의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도 “민주화 이후 다원주의가 폭넓게 확산됐는데, 현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은 다원주의와 근본적으로 배치돼 사회적 긴장과 갈등이 폭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원주의에 대한 부적응을 넘어 권위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서민 배제라는 지향성을 띠고 있어 사회적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명박 정부는 그 갈등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물리력에 의한 통치’를 택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를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라고 개념 짓고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등 신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노동자 등을 폭압적으로 배제하면서 민주주의적 절차와 권리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지식인’을 대표하는 소장 학자인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정치학 박사)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고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며 “무슨 정책을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가 정립되지 않으니 곳곳에서 혼선과 부조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상황이 ‘괴담’이나 ‘선동’ 때문에 빚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반대 세력’에서 찾는 것은 본질에서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정부의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최악의 경우는 이명박 정부가 시장에서조차 실패할 때”라며 “제3세계에서는 시장의 성공을 내걸었던 정권이 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할 때 파시즘적 독재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시장의 성공에 기초한 권위주의’가 아니라 ‘시장의 실패로 인한 권위주의’가 등장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정부는 뉴타운 개발, 수도권 규제 완화, 청년실업 해결 등의 공약을 통해 서민들의 이익을 실현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줘 당선됐다”며 “그런데 집권 이후 나오는 정책들은 ‘피플 프렌들리’가 아니고 ‘비즈니스 프렌들리’여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보수냐 진보냐를 따지지 않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실용주의일텐데, 현 정부는 오직 시장 근본주의에 입각해 보수이념 편향적인 방식만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이명박 정부의 장래에 대한 학자들의 전망은 조금씩 결이 달랐다. 임혁백 교수는 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개발공약을 내놓아 지지기반 회복을 꾀하는 ‘더 강력한 포퓰리즘의 등장’을 예상했다. 임 교수는 다만 “강북 뉴타운, 한반도 대운하 등 대표적 개발주의 공약이 이미 비판을 받고 있어 포퓰리즘 정책을 확산시킬 수 있는 대안이 사방으로 틀어막혔다”고 지적했다.
손호철 교수는 ‘더 강력한 권위주의의 등장’을 우려했다. 손 교수는 “국민들은 권위주의적 통치방식보다는 ‘무능’ 때문에 더 많이 분노하는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더 나은 성과’를 내려고 이명박 정부가 더욱더 권위주의적 방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동 원장은 “정부가 함부로 시장에 개입하거나, 북한 식량지원을 두고 혼란을 겪는 것 등이 문제이므로 일관된 시장정책과 확고한 대북정책 등 정부의 방향성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친시장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김호기 연세대 교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 다원화 사회와 충돌” 임혁백 고려대 교수
“스스로 실용주의 저버려 보수이념 편향만 택해” 손호철 서강대 교수
“신자유주의 갈등 심화 물리력 의한 통치 선택” 박명림 연세대 교수
“무능 예상밖 빨리 드러나 시장 실패로 권위주의화” ■ “시대 변화를 모른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정부의 ‘부적응’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이후 한국 정치 환경은 집중·통제의 시대에서 자율·분권의 시대로 크게 변화했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 파워’의 시대에 ‘하드 파워’의 리더십을 고집하는 게 최근의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도 “민주화 이후 다원주의가 폭넓게 확산됐는데, 현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은 다원주의와 근본적으로 배치돼 사회적 긴장과 갈등이 폭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임혁백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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