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북 핵실험 준비설은 사실과 다르다”

등록 2005-04-24 19:37수정 2005-04-24 19:37

‘한·중에 메시지 전달’ 진위 전말
미 언론 “핵활동 징후” 보도로 술렁
국무부 부인…한국 당국자도 “와전”

23일(현지시각)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을 전한 몇몇 미국 언론의 보도로 한반도 주변과 세계 금융시장에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요 당사국들은 이를 모두 부인했으며, 북한의 다음 움직임에 대한 미국 쪽의 우려가 언론에 의해 증폭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치 신문에서 지하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북한내 미사일기지와 몇몇 장소에서 활동이 활발해지는 징후가 포착됐으며, 미국은 이를 북한의 핵실험 준비로 보고 중국에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나아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한·중·일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동아시아 방문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중국에 평양의 핵실험을 단념시켜 줄 것을 은밀히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과 일본에도 이런 우려가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보도가 22일 오후 이들 신문의 인터넷판을 통해 알려지자 뉴욕증시 주가가 떨어지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하지만 북한이나 미국 쪽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이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에 전달한 메시지는 북한의 최근 도발적 성명들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며 “(북핵 상황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담겨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이 메시지가 북한의 핵실험 실시나 핵실험과 관련한 어떤 즉각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반응에는 불쾌함이 엿보인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무슨 근거로 그런 보도들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수행중인 정성일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 부국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어떤 말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며 “우리 당국이 언급하는 내용을 사실로 믿으면 된다”고 일축했다.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도 “나와 만난 북한 고위관리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 위협을 제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그런(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우려의) 내용을 아직 전달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정부는 대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미국이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에 대한 우려를 중국에 전달했는데, 이게 북한의 핵실험 준비를 저지하라는 경고로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유강문 기자 pcs@hani.co.kr


이달초 방북 해리슨“북 구체적 위협 하지 않았다”

지난 5∼9일 북한을 방문해 고위 관리들을 두루 만났던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23일(현지시각) “내가 방북했을 때 북한 관리들은 핵실험을 실시하겠다는 구체적 위협을 하지 않았다”며 “북한 핵실험설 보도는 미국 정부내 강경파들의 ‘의도적 정보 흘리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리들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말했나?
=그들은 핵실험을 하겠다는 어떤 위협도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 북한 관리들은 핵실험을 하리란 추측을 피하기 위해 매우 조심스러웠다. 리찬복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는 “우리는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지하 핵실험도 낙진이 생길 것이므로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우리 핵무기들은 작동한다”고만 대답했다.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우리는 핵실험의 가장 좋은 시기를 찾고 있다”며 리찬복 장군과 약간 다른 얘기를 했다.

­-북한 고위관리들을 만나본 개인적 판단은 어떤가? 북한이 핵실험을 할까?
=그건 미국의 정책에 달렸다. 미국이 계속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거부한다면 어떤 시점에서 핵실험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어떻게 보나?
=그 기사를 뒷받침해줄 사실이나 근거가 별로 없다. 유일한 근거는 미사일기지 등에서 증가한 의심스런 행동들이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동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조지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언론에 흘리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 미국의 강경입장에 동조하도록 중국과 한국에 압력을 넣기 위해 (이런 정보를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