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시간 회동 분위기 … 막판 ‘10분 독대’ 사적인 얘기 나눠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작심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반박보다는 경청에 무게를 실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야당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주안점을 뒀고, 손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 선명한 깃발을 들어 보이는 게 필요했던 측면이 읽혔다.
20일 오전 7시30분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청와대 백악실에서 만나 쌀밥에 육개장, 쇠고기조림, 달걀찜을 곁들인 아침식사를 들며 회동을 시작했다. 청와대 쪽에서는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이, 민주당 쪽에서는 이기우 대표 비서실장, 차영 대변인이 배석했다. 손 대표는 반찬으로 나온 달걀찜을 가리키며 “지금 국민들은 달걀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조류독감, 광우병 문제 등 이명박 정부와 국민 사이에는 신뢰의 위기가 존재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손 대표는 이어 국정 운영 난맥상 문제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손 대표는 “작년 대선 때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라’며 당선시켰는데, 이 대통령은 현재 경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아픈 곳’도 찔렀다. 이 대통령이 “나도 얘기 좀 하자”고 제지해도 손 대표의 ‘민심 전달’은 계속됐다고 한다. 배석했던 차 대변인은 “2시간 회동 가운데, 손 대표는 1시간30분 정도 발언했고, 이 대통령의 발언은 30분 정도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사안을 단순화하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이 대통령의 평소 화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차 대변인은 “평소 같으면 바로 반박이 나올 텐데,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의 지적을 기본적으로 경청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이날 회동 끝부분에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독대’가 10여분간 이뤄진 사실을 놓고 여러 추측이 돌았으나, 청와대는 “회동을 마치고 브리핑 자료를 정리하느라 배석자들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남게 된 것일 뿐”이라며 “그것을 의미 있는 독대라고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의 차 대변인도 “손 대표에게 물어보니, 두 분이 잘 아는 사이라 사적인 얘기가 있었다고 하고, 쇠고기나 에프티에이 문제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규 황준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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