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백지화 국민행동’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밀실 추진을 규탄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나라 “부산~구미라도…” 영남 차별화 ‘꼼수’
[내년 4월 착공 못박은 대운하]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총선을 의식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어 국민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6일 18대 4·9 총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대운하 추진 방안을 빠뜨렸다. 당연히 지난 대선 때 발표한 대운하 추진 공약이 정식으로 폐기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 대해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총선 뒤 국민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원론만 되뇌고 있다.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답변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실무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 대운하를 둘러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보완해서 총선 뒤에 다시 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 대해 환경과 수질, 문화재 보호, 투기대책, 착공시점 등에 대해 보완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가 열거한 보완기준 리스트를 보면 거의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27일 대구시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부산~구미 구간만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축소해서라도 추진’ 쪽에 무게를 뒀다. 이런 발언은 대운하 건설이 낙후한 경북 오지에서의 선거전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때문으로 보인다. 대운하 건설이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수도권과는 달리 지역별로 차별화된 총선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사로 읽힌다.
청와대도 공식 입장은 ‘판단 유보’다. 이동관 대변인은 “총선 뒤 국민여론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서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착착 준비해 가는 모양새다. 청와대에는 이미 티에프팀이 꾸려져 가동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토해양부 등을 중심으로 티에프팀이 꾸려져 실무 검토 작업이 내밀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도한 도로운송 점유율과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환경 등의 문제에서 장기적인 국가적 과제로 운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에 변함이 없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최익림 황준범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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