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참여정부 ‘대통령 기록’ 공방
‘필요 문건’ 서로 다른 탓…기록 접근 시스템도 미비
‘필요 문건’ 서로 다른 탓…기록 접근 시스템도 미비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 넘긴 기록을 두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새 정부 쪽은 “업무 연속선상에서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원망한다. 반면 노무현 정부 쪽에선 “업무 매뉴얼과 정책보고서까지 다 넘겼다”며 납득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400여만건의 대통령 기록을 남겼다. 기록의 대부분은 참여정부가 개발한 ‘이지원’ 시스템 안에서 전자문서 형태로 생산되고 관리됐다. 참여정부는 대통령기록관리법에 따라 청와대가 생산한 기록 모두를 지난 2월까지 순차적으로 경기도 성남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겼다.
참여정부 쪽은 아울러 업무 인수인계 차원에서 현 청와대 비서실에 업무 매뉴얼 552개, 정책백서 77권, 보고서·지시사항·일정일지 5만6970건을 넘겼다. 참여정부 쪽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전임 청와대 비서실한테서 받은 인수인계 기록이 150여쪽 분량의 업무개요 책자 1권이었던 데 비하면 엄청난 규모”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쪽 사이에 시비가 벌어지는 것은, 넘기는 쪽과 받는 쪽 사이에 ‘필요’가 다르며 미리 협의도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업무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필요한데 ‘이지원’에는 기본 매뉴얼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꾸로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정권 성격과 관계없이 다음 정부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매뉴얼과 샘플자료 등을 분류해 넘겼고, 정책자료는 관련부처가 원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계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 기록의 활용이 쉽지 않은 것도 이런 불만을 키우는 문제로 지적된다. 대통령 기록을 통째로 이관했지만 따로 청와대에서 이 기록에 접근하기 위한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아, 기록을 활용하려면 경기도 성남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야 한다. 김익한 명지대 교수(기록관리학)는 “지난해 관련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예산과 시간 부족으로 기록 활용 시스템이 미처 구축되지 못했다”며 “현 정부에서라도 대통령 기록을 원활하게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정부 쪽이 고위직 인사검증 파일을 내놓지 않았으며, 기록 파기 흔적도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참여정부 쪽 인사는 “인사검증 파일은 정치적 악용을 막기 위해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보호돼 공개할 수 없는 것으로 참여정부 탓을 하는 건 법률에 대한 무지”라며 “청와대 컴퓨터 하드디스크 기록도 진본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하면서 사본만 지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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