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엔 “법적 책임 묻겠다” 내부엔 “기자들 접촉말라”
“두어시간이면 이런 보고서…” 발언 유출되자 입단속
‘프레스 프렌들리(언론 친화)’를 표방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국정원 문건 유출,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지시 파문 뒤 부쩍 언론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 13일 1차 인수위 업무보고 때 나온 이명박 당선자의 인수위 질책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즉각 내부 입단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업무보고 때 “여기 상임위를 하러 온 줄 아느냐”, “이런 보고서들은 정부 부처에선 두어 시간이면 다 만든다”고 참석자들을 다그쳤다. 한 인수위 실무자는 14일 “국정을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의 발언이 여과없이 공개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를 두고 아침 회의 때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지난 13일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지시와 관련해 “‘인수위 사회교육분과의 한 전문위원이 (문화부에서 파견 온) 박 전문위원에게 조사를 지시했다는 정황이 나왔다’고 당선자 비서실 관계자의 말을 따 보도한 한 언론사에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보도를 다른 언론이 인용해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두 전문위원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당사자의 말만 강조했을 뿐, 비서실 관계자 발언의 진위 여부 등은 상세히 조사하지 않아 파장을 막으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인수위 몇몇 분과에서는 실무자들에게 되도록이면 기자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권고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수위 실무자는 “요즘들어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며 “무슨 말을 하기가 겁날 정도”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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