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출범 때맞춰 언론통제용 의혹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출범과 때 맞추어 문화관광부가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를 꾀하고, 주요 신문사의 내부 동향 파악을 시도한 것으로 14일 드러나,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용 조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해 12월24일 산하 단체인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에 요구해 ‘최근 신문산업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같은 달 28일 제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에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등 중앙언론사 10곳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이들 신문사의 유가부수 추정치, 구독 수입액, 광고 수입액, 지난해 당기 순이익 등 일반적 경영자료와 함께, 신문사 내부 정보동향, 사업계획 등이 두루 담겼다.
이 보고서는 ㄱ신문사에 대해 주말판 섹션 발행에 따른 광고수주 고전상황을 기록했다. ㄴ신문사에 대해선 차기 사장 선임을 둘러싼 내부 인사들 사이의 경쟁 양상도 담았다. 이런 내용은 문화부와 신문발전위원회가 신문법에 따라 신문사들한테서 경영자료를 제출받도록 하는 규정의 범위를 넘는 것이다.
문화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어 “신문발전위원회에 시장규모 등 산업 현황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며 “신문산업 진흥을 위해 관련 법제·기금을 담당하는 문화부가 신문산업 지원책의 효율성 검토를 위한 일상적 업무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화부 당국자는 관련 법제 규정을 뛰어넘는 ‘사찰’ 성격의 내용이 포함된 경위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신문발전위원회 남영진 사무총장은 “지난 연말 문화부 미디어정책팀에서 전화로 전체 신문산업의 현황을 요청해 왔다”며 “현황이라 하면 신문사의 경영자료와 현안, 내부 동향들을 당연히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 및 시민단체 등은 문화부가 언론통제 뜻을 비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 김경호 회장은 “존폐 위기에 있는 신발위가 자발적으로 (이런 부적절한 동향조사를 해서 보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새 정권이 신문발전위원회나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무기로 이들 기구에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런 일은 원래 신발위의 통상 업무로 알고 있다”며 인수위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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