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검사가 이명박쪽으로 진술하면 집행유해 받을수 있다고 해”
이회창쪽 변호사 접견…“3차신문부터 녹화장치없는 곳서 조사”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인 김정술 변호사는 5일 김경준씨가 “검찰의 회유를 받고 소극적으로 혐의를 시인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남대문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를 접견한 결과 “검사가 ‘이명박 쪽으로 (진술)하면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데, 계속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잔인하게 12~16년형을 살릴 수 있고, 협조하면 3년 구형해서 집행유예 받을 수 있다’고 해 검찰 질문에 소극적으로 시인해줬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씨 변호인 자격으로 1시간20분 동안 김씨를 접견한 뒤 이렇게 주장하고, 전날 공개된 장모와 나눈 필담 메모에 대해서도 김씨가 “직접 쓴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10층 접견실의 문이 열려 있는데다 교도관들 때문에 말로 하기가 겁나 어머니와 장모가 면회왔을 때 필담을 나눴고, 접견이 끝난 후 버릴 곳이 없어 장모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사전에 만든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메모가 유출돼 서울구치소에서 징벌을 받는다고도 했다.

메모 맨 아래에 ‘검찰이 김씨의 미국 민사재판에 도움을 주겠다’고 적은 데 대해서도 “검찰이 사법공조에 의해 미국 사법당국에 보내야 할 파일에 새로 조사된 불리한 문서를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김씨가 말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검찰이 거래를 하지 않으면 너는 엄청난 사기꾼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여러번 말했다”며 “검사가 한 말이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데,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엠비(이명박 후보)를 치기가 굉장히 어렵다. 반대쪽으로 가기도 힘들고 김경준 진술을 중간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모든 수사 과정이 녹화됐다는 검찰의 반박에 대해 김씨는 “처음엔 영상녹화 장치가 있는 데서 조사받았으나 3차 피의자 신문 때부터는 기계가 고장나 검사실에서 단 둘이 조사받았다”며 “검사실에는 영상녹화 장치가 없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김 변호사가 전했다.

김씨는 모든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서도 “처음 1, 2회 조사 때엔 박수종 변호사가 입회했으나 제3차 조서부터는 변호인 없이 조서를 작성했고, 그 내용을 수정할 때만 오재원 변호사가 입회했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김씨는 조사자가 하는 말에 협조하는 식으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진술할 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져 검찰로부터 진술이 다르냐는 핀잔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며 “김씨는 ‘제안에 응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스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김씨는 “다스에서 비비케이 투자금이 아니라 운용자금이 계속 들어왔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그렇게 하면 죄가 되기 때문에 투자금으로 해야 혐의를 벗는다’고 말해서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