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자유게시판에 이명박 후보 자녀들의 유령직원 근무로 인한 탈세와 횡령에 조사를 촉구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누리꾼 ‘분노의 댓글’ 2만여개
통합신당, 횡령 혐의 고발키로
국세청 “우선 자료 수집 검토”
통합신당, 횡령 혐의 고발키로
국세청 “우선 자료 수집 검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딸·아들의 ‘대명기업 유령 직원 근무’(<한겨레> 11월10일치 1면) 사실이 누리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당의 대통령 후보가 기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장 치졸한 일로 지목되는 수법을 쓴 탓인지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자신이 만든 건물 관리업체(대명기업)에 딸과 아들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꼬박꼬박 월급을 타게 했다는 내용의 이 보도 이후, 11일 저녁까지 <다음>과 <야후>의 한겨레 기사에는 각각 1만7천여건, 2700여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인터넷에 기사가 나간 뒤 하룻만에 2만개의 댓글이 붙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 누리꾼들 분노=대부분의 댓글은 자기 회사에 딸과 아들을 ‘유령직원’으로 등록시킨 뒤 매달 120만원, 250만원씩을 지급해온 이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이 후보 아들의 ‘이중 취업’과 딸의 ‘미국 거주’ 사실이 드러나고, 한나라당이 “상근직은 아니지만 건물 관리에 일부 기여했다”고 해명한 것에 분노했다.
누리꾼들은 “줄리어드음대를 졸업한 딸도 빌딩관리원으로 취직시켜 밑바닥부터 사회공부 좀 하라는 뜻?”(다음 ‘jjykko’)이라고 비꼬거나, “화장실 청소를 했는지, 전구를 갈았는지, 무엇으로 기여를 했는지 밝히라”(다음 ‘바람나그네’)고 요구했다. 누리꾼들은 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사실을 거의 보도하지 않자, 직접 ‘알리기 행동’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댓글 늘리기’ ‘유령직원 인기검색어 만들기’ ‘언론사에 보도촉구 전화하기’ ‘국세청의 조사 촉구’ 등의 행동 방안을 제안했다.
국세청 게시판에는 “이명박 탈세 의혹을 조사하라”는 글이 이틀새 200여개 올라왔다. 자영업을 한다는 곽아무개씨는 “이런 방법을 모르는 자영업자가 어디 있나. 불법이고 탈세니 안 하는 것”이라며 “사실인데도 처벌하지 않으면 불법이 아닌 줄 알고 나도 주변 사람 월급 주고 세금 덜 내겠다”는 글을 올렸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아들은 거의 상근으로 근무하다시피 했으며, 딸은 상근이 아니었지만 건물관리 업무를 했다. 대명기업은 법인이 아니라 개인 사업장이고, 두 자녀 모두 소득세·건강보험료를 다 냈는데 무슨 횡령이고 탈세냐”고 해명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대선 앞두고 말이 나올 것 같아, 이 후보가 아들에게 일부러 취업하지 말라고 했다. 그 대신 건물 관리를 맡기고 용돈을 준 거고, 딸도 유학기간말고는 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 국세청, 세무조사 나설까?=기업주가 자녀나 친인척을 자신의 회사에 ‘유령 직원’으로 올려 놓는 행위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때 철저히 살펴보는 불법 행위 가운데 하나다.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장부를 허위로 꾸며 비용을 과다계상하고 소득은 축소시키는 대표적인 탈세 수법이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11일 “국회와 언론을 통해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이 제기된 만큼 자료를 수집해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대명기업은 이 후보가 서초동에 있는 본인 소유 5층짜리 영포빌딩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건물 관리회사로 사무실이 영포빌딩 안에 있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후보를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김현미 선대위 대변인은 “수백억원 재산을 가진 사람이 한 달에 몇백만원씩 빼돌리려고 아들과 딸을 유령직원으로 등록시키는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김미영 안선희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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