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이명박’ 파괴력은?
상당한 변수될 듯…1위바뀔지는 미지수
31일 여의도에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며칠 안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가 퍼졌다. 이 전 총재의 지지자들이 다음달 2일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마산·창원 등지에서 촉구대회를 연 뒤, 이르면 다음주 중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이 전 총재가 실제 출마하면, 그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점이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산술적으로 이 전 총재는 대선 구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뚜렷해 보인다. 이 전 총재는 15% 안팎의 지지율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육박하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문화일보>가 지난 30일 실시해 31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총재는 15.8%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명박 후보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지도가 6.5%포인트 빠졌다. 50%대의 지지율이 이 전 총재 출마를 전제하면 단숨에 40%대로 내려앉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대선 변수가 될 수는 있어도, 판을 뒤바꿀 정도의 위력은 못된다는 분석이 많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이회창이 출마하면 이명박 지지율만 빠지는 게 아니라, 범여권의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의 지지율도 빠지며, 특히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 하락 비중은 이명박에 비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일보> 조사에서도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각각 0.6%포인트, 1.0%포인트, 0.5%포인트 빠졌다.
이명박 후보 쪽에서는 “이 전 총재 지지율은 장기적으로는 한 자리 수를 못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분과 세력이 부족해 이 후보를 압도할 수준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할 것이며, 결국 ‘1위 이명박’이라는 구도를 바꾸진 못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 쪽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이 후보 지지율에서 7%포인트 정도를 잠식하지만,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정권교체 열망으로 그 표가 다시 이명박 후보 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추동력이 없는 범여권 후보들이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3위권으로 밀릴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이명박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컨설턴트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선거에서 이회창과 권영길 사이에서 상대적 진보, 상대적 보수의 중간자로서 재미를 봤듯이, 이 후보도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중도보수로서 포지셔닝하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로서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함으로써 ‘이 후보는 도덕적이지 못한 후보, 불안한 후보’라는 인상이 확산되지 않을까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또 이 전 총재와 범여권을 상대로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워야하는 부담도 있다.
특히 비비케이(BBK) 사건 등 이 후보 관련 의혹에 결정타가 터져나올 경우 이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이 전 총재가 보수와 한나라당의 대안 카드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희박하나마 있긴 하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특히 비비케이(BBK) 사건 등 이 후보 관련 의혹에 결정타가 터져나올 경우 이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이 전 총재가 보수와 한나라당의 대안 카드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희박하나마 있긴 하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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