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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부인과 함께 ‘1일 여행’ 뒤 귀가

등록 2007-09-21 09:17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가졌다”

한나라 탈당전 잠적했던 ‘성라자로마을’ 등 찾아
굳은 얼굴로 “마지막 기도하고 아침에 결정하겠다”

경선 일정 중단 이틀째인 20일 ‘잠행’에 나섰다는 손학규 후보는 온종일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거듭하며 언론에 노출됐다. 잠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사실상의 ‘기획 잠행’ ‘반공개 잠행’으로 부를 만하다.

이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던 손 후보는 15시간 만인 밤 10시 조금 넘어 서울 마포 집으로 돌아왔다. 손 후보는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고 기도했다. 내일 아침에 모든 입장을 밝히겠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 들어갔다. 서울 여의도의 손 캠프 사무실은 후보의 복귀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활기를 띠었다. 참모들은 기자회견문을 작성하고 예상 질의 응답의 답변 수위를 조절하는 등 밤늦게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에 앞서 손 후보는 이날 아침 7시40분께 간편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부인 이윤영씨와 함께였다. 손에는 김지하 시인이 새로 낸 기행문집 <예감>이 들려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김주한 캠프 공보팀장은 “등산을 하거나 멀리 떠날 채비를 갖추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손 후보는 부인 소유의 검은색 ‘마티즈2’ 승용차를 손수 운전해 인근 합정동의 절두산 순교성지를 찾았다.

손 후보는 잠시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를 올렸고, 김대건 신부상 앞에서는 1~2분간 묵상했다. 가끔 메모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후 손 후보는 취재진을 따돌리려 차선을 이리저리 바꿔 가며 서부간선도로를 거쳐 서해안고속도로로 차를 몰았다. 손 후보 부부는 오전 10시께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남양성모성지에 들러 기도와 산책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초등학생들과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곳에서 취재진과 맞닥뜨린 손 후보는 “분노가 좀 풀렸느냐”, “내일 여의도에 돌아올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답답한 듯 “은행잎이 벌써 누레지기 시작했다”, “꽃이 아름답네…”, “좋은 가을이야…” 등 선문답을 되풀이했다. “내일 돌아오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느냐”는 물음을 받고는 “잘 되지 않겠느냐”고 막연한 대답으로 피해 갔다.

경기도 일원을 돌고 난 손 후보는 이날 오후 의왕시 오전동에 있는 성라자로마을에서 다시 기자들과 마주쳤다. 지난 3월 한나라당 탈당 전 잠적했을 때 들렀던 곳을 다시 찾은 것이다. 굳은 얼굴로 연이은 질문에 침묵하던 손 후보는 “오늘 마지막 기도를 하고, 내일 아침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 캠프 사무실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하루 종일 후보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세웠다. 상황실장인 설훈 전 의원, 조직총괄본부장인 이호웅 전 의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했고, 의원들도 통합신당 지도부와 정동영 후보 쪽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강희철 김태규 기자, 연합뉴스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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