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탁
임동원, 황원탁, 박재규
8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000년 1차 회담을 성사시킨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정상회담에 대한 정략적 접근을 경계하면서, 오해를 피하기 위한 정부의 신중하고 치밀한 준비를 주문했다.
당시 국정원장 자격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했던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은 “대단히 잘 된 일”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다룰 4자 회담이 열리기 전에 남북의 정상이 먼저 만나 한반도 평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정상회담 개최가) 북한이 북핵 문제에 대해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도 촉진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15 공동선언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황원탁 북한대학원대학 석좌교수도 “좀 더 일찍 열리지 못한 아쉬움과 평양보다는 서울에서 열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더 증진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획기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2차 회담의 의제로 2·13합의의 마무리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경협 확대 등을 꼽았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던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평화공존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꿔야 한다. 교류협력 활성화가 잘 진행돼 왔는데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해 정상회담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도 의제에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임 이사장은 “6·15 공동선언 이후 진행해온 것을 다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교수는 2·13 조처의 공고화나 경협 확대는 현안 문제이니 당연히 논의될 것이라면서 “차제에 국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2000년 1차 회담은 총선용, 2007년 2차 회담은 대선용’이라며 정상회담을 정략적 눈길로 바라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 총장은 “우리 국민들이 정상회담을 했다고 해서 어떤 후보를 지지하다가 바꾼다든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도 “정략적으로 활용해서도 안되겠지만, 정상회담과 국내정치 문제를 연결시켜 정략적인 차원에서 다뤄서는 안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박 총장은 1차 정상회담 이후 지난 7년 동안 장관급 회담, 기능별 경협추진위, 적십자회담, 군사회담 등이 많이 열려 2차 회담에서 많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여건은 성숙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대선 정국이기 때문에, 국민과 정치인들로부터 오해를 받지 않아야 좋은 회담 결과가 나올 수 있고, 나중에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치밀하고 조심스런 접근을 당부했다. 전종휘 이제훈 이용인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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