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인정…한-일동맹 부인
중-일 패권구도속 중심잡기 시도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거듭 밝힘에 따라,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동북아 균형자론’의 윤곽이 좀더 구체화됐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최대 관심은 한-미 동맹, 또는 이른바 ‘한-미-일 3각동맹’과 어떤 관련성을 갖느냐는 부분이다. 동북아에서 한국이 균형자 구실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두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전통적인 한-미 동맹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날 “한-미-일 3각동맹은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며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미 동맹을 토대로 추진한다”고 말한 것은 동북아 균형자론과 동맹과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또 한-미, 미-일 간에만 동맹이 있을 뿐 한-미-일 3각동맹은 없으며, 일본과 한국이 동맹관계라는 것은 착각이라는 정부의 인식을 분명히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설명이 실제 동북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한-미-일 3각동맹이라는 용어 자체가 냉전시대의 대결적 사고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폐기돼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런 인식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미-일 동맹의 틀 속에서 자칫 한국이 대중국 견제구도에 편입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핵심은 이에 따라 미-일 동맹 대신 한-미 동맹이 한국 정부가 취할 전략적 행동의 기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날 “한-중-일 3자 간의 역학관계에서 어느 한 경향성이 지나치게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북아의 균형추 구실을 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동맹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핵심에서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반드시 대중국 적대전략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도 우리와 비슷한 입장으로 동북아 전략을 운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시하면서 동북아에서의 근본적 불안요인으로 중-일 간의 패권구도를 상정한 것도 흥미롭다. 이는 중-일 양국이 어떤 형태로든 전쟁이나 군비경쟁의 양상을 보일 때 역내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역내 평화는 물론 우리의 안전을 위해 중-일 두 나라 중 어느 쪽도 적대시하면 안 된다는 전략적 고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를 위해서는 자위적 국방역량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갖추지 못한 평화 주장은 환상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선 여전히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북핵 문제 등 당장의 외교현안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시사점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나아가 정부의 이런 구상을 미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이 어느 정도 용인해줄 것인지도 미지수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중-일 패권구도속 중심잡기 시도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거듭 밝힘에 따라,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동북아 균형자론’의 윤곽이 좀더 구체화됐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최대 관심은 한-미 동맹, 또는 이른바 ‘한-미-일 3각동맹’과 어떤 관련성을 갖느냐는 부분이다. 동북아에서 한국이 균형자 구실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두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전통적인 한-미 동맹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날 “한-미-일 3각동맹은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며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미 동맹을 토대로 추진한다”고 말한 것은 동북아 균형자론과 동맹과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또 한-미, 미-일 간에만 동맹이 있을 뿐 한-미-일 3각동맹은 없으며, 일본과 한국이 동맹관계라는 것은 착각이라는 정부의 인식을 분명히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설명이 실제 동북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한-미-일 3각동맹이라는 용어 자체가 냉전시대의 대결적 사고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폐기돼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런 인식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미-일 동맹의 틀 속에서 자칫 한국이 대중국 견제구도에 편입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핵심은 이에 따라 미-일 동맹 대신 한-미 동맹이 한국 정부가 취할 전략적 행동의 기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날 “한-중-일 3자 간의 역학관계에서 어느 한 경향성이 지나치게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북아의 균형추 구실을 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동맹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핵심에서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반드시 대중국 적대전략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도 우리와 비슷한 입장으로 동북아 전략을 운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시하면서 동북아에서의 근본적 불안요인으로 중-일 간의 패권구도를 상정한 것도 흥미롭다. 이는 중-일 양국이 어떤 형태로든 전쟁이나 군비경쟁의 양상을 보일 때 역내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역내 평화는 물론 우리의 안전을 위해 중-일 두 나라 중 어느 쪽도 적대시하면 안 된다는 전략적 고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를 위해서는 자위적 국방역량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갖추지 못한 평화 주장은 환상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선 여전히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북핵 문제 등 당장의 외교현안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시사점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나아가 정부의 이런 구상을 미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이 어느 정도 용인해줄 것인지도 미지수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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