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감사 보고서 보니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차명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을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이 사들인 과정에 대해 감사원이 1998년 종합감사를 벌여, “사업부지로 적절치 않았는데 매입했다”고 지적했던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감사원은 특히 “매입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 땅 매입을 주도한 포스코 직원 2명과 임원 1명에게 문책 통보까지 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당시 포스코건설이 왜 쓸모없는 이 땅을 무리해서 구입했는지, 그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이명박 후보가 김만제 당시 포철 회장에게 이 땅의 매입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 땅이 논란이 되자, 포스코 쪽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의 하나였다”며 구입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한겨레〉가 16일 입수한 98년 12월의 ‘포항제철 경영관리실태에 관한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포스코건설이 이 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고 있다. 당시 이 땅은 일반주거지역이어서 건폐율과 용적률의 제한이 큰데다, 토지의 1/7은 도시계획시설도로에, 1/10은 도시계획도로에 편입돼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었다. 활용가치가 떨어져 업무용 빌딩 건립 터로 부적합한데도 포스코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 땅 구입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사업 대상 부지에 포함되어 있는 공유지의 토지대금을 10억원 적게 계상하고, 사업비 투입기간을 줄여 잡아 금융비용을 축소시킴으로써 실제로는 19억원의 손실이 발생되는 사업을 29억원의 이익이 남는 것처럼 부풀려 사업계획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을 이익이 남는 것처럼 부풀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특히 이 땅을 구입한 뒤에 수익성이 없고 주변지역의 개발사업이 부진하자 96년 4월 토지 장기보유에 따른 중과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불필요한 홍보관과 스틸하우스를 건립해 투자비 300억원이 장기간 묶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시엔 기업이 토지를 취득한 뒤 2년이 지나도록 애초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취득세의 5배를 물리는 중과세 조항이 있었다.
감사원은 당시 감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차명 재산 의혹이 제기된 문제의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누구였는지, 또 거래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오갔는지 등은 다루지 않았다.
문제의 도곡동 땅은 포스코건설이 95년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에게서 업무용 빌딩 건립사업 용지로 사들인 것이다. 이 땅의 일부는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 시절이던 85년 현대건설에서 김재정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김씨는 이 땅을 15억6천만원에 사들여 포스코건설에 263억원에 매도했다.
임석규 이재명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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