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후보 ‘도덕성’ 이미지에 타격
홍윤식씨 초본 언론유출 가능성 촉각
홍윤식씨 초본 언론유출 가능성 촉각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유출에 박근혜 후보 진영 인사인 홍윤식씨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15일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경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박 후보 쪽엔 타격이다. 더 큰 문제는 홍씨가 입수한 초본이,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사실을 폭로할 때 쓰인 초본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초본이 어떻게 범여권 쪽으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따라 박 후보 진영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 홍씨 개입의 파장과 전망=정부가 보유한 자료 유출에 박 후보 쪽이 얽힌 것은 경부운하 보고서에 이어 두번째다. 경부운하 보고서의 경우, 유출 당사자와 박 후보 쪽 자문교수와의 관련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박 후보 쪽 핵심 인사인 유승민 의원이 보고서 원문을 건네받았는지도 베일에 싸여 정치적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경부운하 보고서보다 파장이 훨씬 크다. 우선 주민등록초본 같은 개인정보를 몰래 빼낸 것은 범죄 행위다. 검찰 수사 결과 캠프 인사가 자료의 불법적인 유통에 관여한 사실이 뚜렷해지면, ‘원칙’과 ‘도덕성’을 강조해 온 박 후보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박 후보 쪽이 절차상 부정을 저질렀다고 판명되면 박 후보의 ‘대표 브랜드’인 도덕성이 의심받게 돼 지지율 반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도 “검증이라는 것은 과거에 법을 지켰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인데, 검증한다면서 법을 어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쪽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이날 당원과 국민에게 즉각 사과를 한 것도 그만큼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나는 모른다”로 일관해 온 이 후보 쪽과 차별성을 두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들=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두 가지다. 홍씨가 어느 정도 이 사건에 개입했는지, 홍씨가 건네받은 자료가 어떤 경로를 거쳐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다. 홍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주민등록초본 발급은 (전직 경찰인) 권아무개씨의 자발적인 행동에 의한 것이다. 주민등록초본과 관련된 내용은 박 후보 캠프의 어느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씨는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홍씨의 부탁으로 주민등록초본을 뗐다”고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
홍씨가 건네받은 자료는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한 자료와 같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자료가 어떤 경로를 거쳐 김 의원에게까지 전달됐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홍씨가 어떤 구실을 했는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김혁규 의원에게 초본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김갑수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갑수씨는 초본 입수 경위를 묻는 질문에 “초본 사본을 잘 아는 일간지 기자로부터 전달받았지만, 그 자료의 입수 경위는 잘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정부와 범여권을 이 후보 관련 정보의 유출 진원지로 지목하면서 ‘공작정치 저지 투쟁’을 벌여 왔는데, 이 활동도 당분간 주춤하게 됐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아직 김혁규 의원 쪽이 어떻게 자료를 입수했는지 밝히지 않아서 (여권이) 큰소리칠 입장이 아니지만, 앞으로 ‘너희가 그런 것 아니냐’고 역공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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