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소속 3-3으로 부결시켜”
‘공금횡령 의혹 둘러대기’ 분석도
의협회장 “돈 줬다” 발언 파문
‘공금횡령 의혹 둘러대기’ 분석도
의협회장 “돈 줬다” 발언 파문
국회의원 3명에게 매달 ‘뒷돈’ 200만원씩을 주며 로비했다는 대한의사협회 장동익(59) 회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의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의사협회의 회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원도협회 정기총회 자리에서 장 회장은 의협 산하 정치세력화 단체인 ‘한국의정회’의 존폐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오자, 의정회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로비의 실태를 언급했다. 대의원들이 “의정회 문제는 아주 민감한 문제”라며 회의를 지켜보는 기자들을 내보낸 상황에서였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약사 쪽에 유리한 법률 개정안을 내자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다급한 나머지 평상시에 제가 매달 용돈을 주는” 3명의 의원한테 전화를 했고, 의협의 의사국 직원이 오후 법안심사소위를 지켜본 뒤 자신에게 결과를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말한 법률 개정안은 약사가 의사의 처방이 이상이 있다고 생각할 경우 의사가 약사들의 질문에 자세히 응대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으로, 약사회의 주장을 담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의사 처방에 대해 약사가 합법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길을 열어놔 결국 약에 대해 약사의 목소리를 높이려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 개정안은 2월6일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고, 법안심사소위에서 같은달 26일, 4월17일과 23일 모두 세 차례 회의가 열린 끝에 처벌 조항을 벌금형으로만 한정한 수정안이 통과된 상태다.
장 회장이 언급한 때는 2월26일 첫 회의로, 당시 몇몇 의원들이 “의심처방이라는 것이 너무 주관적이며, 응대라는 용어의 기준도 명확치 않다”며 보완을 주장해 다음 회의로 넘겨졌다. 장 회장이 의원 3명을 통해 “3대 3으로 부결시켰다”는 것은 이 대목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에게 ‘뒷돈’을 줬다는 부분에 대해 장 회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원이 아니라 보좌관, 전문위원들에게 준 것을 합한 액수’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정기총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비공식적으로 나가는 돈 굉장히 많습니다. 인턴 … 하는 곳에도 그 돈 못 써요. 있는 사람만 쓰는데 한 달에 월급만 250만원에서 거의 300만원 써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하냐? 그래서 제가 언더테이블로 100만~200만원 고정적으로 줘서 내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과는 다르다. 그는 또 전화통화에서 “돈 좀 주는 게 불법이냐? 이 정도는 사법기관에서도 인정해준다”며 ‘떳떳한’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한편, 장 회장의 발언 내용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장 회장이 지난해 5월 의협 회장에 취임한 뒤부터 전공의 회장 선거에 나온 한 후보 쪽에 술대접을 한 것과 관련해 의협 내부에서 법인카드를 이용한 카드깡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공금횡령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이런 의혹에 시달려온 장 회장이 불투명한 공금 사용 부분을 “정치권 로비로 사용했다”고 둘러대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진상규명은 수사기관의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현금을 좋아한다”며 현금으로 줬다는 장 회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명확하게 진상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황상철 김양중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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