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탈지 모르지만 뜸 오래 들여야 맛있어”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은 20일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와 정치적으로는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충남대 경영대학원 초청으로 특강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지사의 드림팀 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정치에 입문할지, 안할지도 결정하지 않았기에 손 전 지사와의 만남 여부를 묻는 것은 성급하다"며 "학교 선배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고 본받을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분이기에 인간적으로는 만날 수 있지만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정치적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이어 "손 전 지사의 탈당이 현재로서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며 "손 전 지사로부터 만나자는 제안도 없었고 아무런 교감이나 논의도 없었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이 "닭도 달걀을 오래 품으면 부화되는 것이 아니라 썩는다"며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밥이 탈 수도 있지만 뜸을 오래 들여야 밥이 맛있게 잘 된다"며 "사업가가 업종을 바꾸는 데만도 수개월 이상 걸리는데 교수를 하던 내가 인생항로를 완전히 바꿔 정치에 입문, 마음을 비우고 국가와 역사를 위해서 몸을 던지는 심각한 결정을 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누가 국가경제를 제대로 이끌어갈 것인가를 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면 지금 출발해도 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는 "공식 인터뷰는 거절한 상태에서 잠시 방담을 나누는 자리에 비슷한 말을 했을 수는 있겠지만 정확히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다"며 다소 과장된 보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양현수 충남대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이 너무 앞서서 나를 리드해 나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으며 이에 양 총장이 "충청인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결정하면 무섭다"고 하자 "양 총장께서 나를 대변해준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그는 이와 함께 대전 서구 을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범계 변호사가 보낸 이메일(지역주의를 벗어나고 보수도 진보도 아닌 21세기형 전문가 리더십으로 가야 하며 자신을 지원해달라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읽어봤지만 아직 답을 하지는 않았고 조만간 답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총장은 '한국 경제와 교육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소득재분배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는데도 한쪽에서는 유독 소득재분배의 필요성만을 강조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계층간 반목과 분열을 초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진전은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고 국민 모두의 마음에 상처만 남겼다"고 꼬집었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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