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미래·통합·평화의 새로운 정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손학규 득실 따져보니]
지지율 소폭 상승…10% 진입이 풍향계
수도권 · 영남 반대, 호남 · 충청 찬성 많아
지지율 소폭 상승…10% 진입이 풍향계
수도권 · 영남 반대, 호남 · 충청 찬성 많아
정치인의 탈당은 ‘철새’ 이미지로 직결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탈당에 대해선 부정적 여론이 높다. 그런데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과 관련해 20일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부정 의견이 약간 높지만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지지율도 올랐다. 정치권에선 예상보다 우호적인 여론에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여론은 지역별로 엇갈렸다. 대체로 호남과 충청에선 찬성이, 수도권과 영남에선 반대가 높았다. 특히 호남에선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다. ‘여의도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선 찬성이 반대보다 5배 이상 높은 반면, 서울에선 찬성 30.5%, 반대 44.2%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손 전 지사는 지지율에서도 남는 장사를 했다. ‘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이 2주일 전 5.9%에서 8.2%로 뛰었다. ‘여의도리서치’ 조사에서도 지난달 4.4%에서 9.6%로 수직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범여권 후보 지지율에서도 여전히 1위를 달렸다. 지지율 상승 역시 주로 호남·충청 지역 지지에 힘입었다.
호남이 손 전 지사 탈당에 환호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독주의 대선 구도가 바뀌리란 기대와, 여권 대선 후보로서 손학규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대세론에 제동을 걸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는 여권의 대항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깔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10%에 미치지 못하는 손 전 지사의 지지율로 대세를 돌릴 수는 없다. 손 전 지사로선 당분간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한나라당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적나라한 비판도 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손 전 지사가 이런 어려움을 뚫고 파괴력 있는 대선 후보로서 자리매김하려면 지지율에 탄력이 붙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에 아직 유보적이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이명박 전 시장 지지층을 빼앗아와야 손 전 지사가 안정적 지지율을 확보할 텐데 이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선점한 수도권 온건보수층을 끌어들이는 게 관건이지만, 이게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흡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손 전 지사의 이념 정체성과 삶의 궤적으로는 20~25%로 추정되는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를 흡수하기 쉽지 않다”며 “손 전 지사가 여권 대선 후보로 나서면 진보·개혁층의 상당수가 민주노동당으로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손 전 지사의 파괴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 호남·충청권 지지층조차 외면할 수 있다.
다만, 손 전 지사가 호남·충청지역 지지율 추가 상승에 힘입어 10%대 지지율에 진입하면 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그가 1개월 이상 10%대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그의 탈당은 일단 정치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손 전 지사에게 1997년 이인제 의원의 행로는 시사적이다. 이 의원은 1997년 9월 신한국당 경선에 불복한 뒤 탈당했다. 그 직후 여론조사에서 그의 탈당을 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하지만 정작 12월의 대선에선 그는 김대중, 이회창씨에 이어 3위에 그쳤다. 탈당보다, 그 이후의 행보가 지지율 추이에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불쏘시개라도 되겠다는 손학규
불쏘시개될라 경계하는 정운찬 범여권 대선 주자 적합도 1위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여권의 영입 1순위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경기중·고와 서울대 1년 선·후배 사이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정치인과 학자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요동치는 대선 정국에서 ‘유력한 범여권 후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이들이 ‘통합신당’이라는 새로운 정치 실험에 동참해 경쟁할 경우 장단점은 살아온 길만큼이나 다르다. 우선 정치인과 비정치인의 차이다. 손 전 지사는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겪었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중앙부처(보건복지부)와 지자체(경기도)의 장을 지냈다. 정운찬 전 총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 녹록지 않은 정치판에서 자칫 ‘제2의 고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듣는다. “불쏘시개라도 되겠다”(손 전 지사)는 말과 “나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한다”(정 전 총장)는 말은 정치판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경제·교육 전문가로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총장 시절 서울대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약점이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이미지로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권의 ‘정체성’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정 전 총장은 총장 시절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했고, 최근 부동산·출자총액제한제도 문제 등 경제정책에서 참여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내며 개혁 성향을 보여줬다. 손 전 지사는 중도개혁 색깔을 지녔다는 점이 장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손 전 지사가 가진 중도 지식인 네트워크도 큰 인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에 여권 지지층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세대·계층별 지지 기반은 둘 다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인지도는 손 전 지사가 정 전 총장을 훨씬 앞선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손 전 지사의 인지도는 80% 정도이고, 정 전 총장은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경기 출신인 손 전 지사보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정 전 총장이 대선 구도를 여권에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도 많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다만, 손 전 지사가 호남·충청지역 지지율 추가 상승에 힘입어 10%대 지지율에 진입하면 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그가 1개월 이상 10%대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그의 탈당은 일단 정치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손 전 지사에게 1997년 이인제 의원의 행로는 시사적이다. 이 의원은 1997년 9월 신한국당 경선에 불복한 뒤 탈당했다. 그 직후 여론조사에서 그의 탈당을 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하지만 정작 12월의 대선에선 그는 김대중, 이회창씨에 이어 3위에 그쳤다. 탈당보다, 그 이후의 행보가 지지율 추이에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손학규와 정운찬의 범여권 대선후보 경쟁력
불쏘시개라도 되겠다는 손학규
불쏘시개될라 경계하는 정운찬 범여권 대선 주자 적합도 1위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여권의 영입 1순위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경기중·고와 서울대 1년 선·후배 사이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정치인과 학자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요동치는 대선 정국에서 ‘유력한 범여권 후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이들이 ‘통합신당’이라는 새로운 정치 실험에 동참해 경쟁할 경우 장단점은 살아온 길만큼이나 다르다. 우선 정치인과 비정치인의 차이다. 손 전 지사는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겪었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중앙부처(보건복지부)와 지자체(경기도)의 장을 지냈다. 정운찬 전 총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 녹록지 않은 정치판에서 자칫 ‘제2의 고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듣는다. “불쏘시개라도 되겠다”(손 전 지사)는 말과 “나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한다”(정 전 총장)는 말은 정치판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경제·교육 전문가로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총장 시절 서울대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약점이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이미지로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권의 ‘정체성’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정 전 총장은 총장 시절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했고, 최근 부동산·출자총액제한제도 문제 등 경제정책에서 참여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내며 개혁 성향을 보여줬다. 손 전 지사는 중도개혁 색깔을 지녔다는 점이 장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손 전 지사가 가진 중도 지식인 네트워크도 큰 인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에 여권 지지층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세대·계층별 지지 기반은 둘 다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인지도는 손 전 지사가 정 전 총장을 훨씬 앞선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손 전 지사의 인지도는 80% 정도이고, 정 전 총장은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경기 출신인 손 전 지사보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정 전 총장이 대선 구도를 여권에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도 많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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