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논의와 맞물려 범여권에서도 대선 '잠룡(潛龍)'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이들을 돕는 `지원부대'의 면면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아직 공식 출사표를 던지지는 않았지만 그간 인생의 궤적를 통해 형성된 다양한 인맥을 토대로 지원.자문그룹을 조심스럽게 조직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선출마 결심을 굳히고 시기를 저울질중인 열린우리당 김혁규(金爀珪) 의원과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는 대선고지를 향한 우군 확보를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안팎의 외연 확대를 통한 `세불리기'와 정책.비전을 마련할 전문가그룹의 확보가 당면 목표지만 대선정국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노심'(盧心)의 향배에도 은근히 신경쓰는 분위기다.
정치권 외곽의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 문국현(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의 경우 아직 출마 자체에 대해 답변을 피하고 있지만 이미 풍부한 `인력풀'을 자랑하고 있어 결심만 서면 언제든 숨은 조력자 그룹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혁규 = 내달 초중순께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할 예정인 김 의원은 10년간 경남지사를 맡으면서 쌓아놓은 인맥이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권욱(權郁) 전 소방방재청장, 통합신당모임 이근식(李根植) 의원, 우리당 최철국(崔喆國) 의원 등이 김 의원의 도지사 시절 경남도청을 거쳐간 인물이다.
`2만불 시대'를 기치로 내걸고 젊은 상공인을 중심으로 구성한 영남권 주축의 `2만불포럼', 호남 인맥이 중심이 된 `365포럼', 대중적 지지자 조직인 `팔도산악회'와 `해피코리아포럼' 등도 김 의원의 사람들이다.
교수나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싱크탱크' 형식의 자문그룹도 있다. 김 의원은 이들과 최근까지 매주 한차례 정례회합을 갖고 정책.현안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했고 지금도 입장정리나 정책구상에 필요한 리포트를 수시로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우리당 김종률(金鍾律) 이화영(李華泳) 의원 등 소장파 5~6명이 적극적으로 김 의원을 돕고 있다. 또 친노(親盧) 성향 그룹인 의정연(의정연구센터)과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도 심정적 지원그룹으로 분류된다. 한 측근은 "의원 30~40명의 서명을 받아 경선출마를 선언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총리감으로 염두에 뒀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김 의원 입장에서 강력한 원군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영남후보론'의 대상으로 거론돼온 김 의원이 "참여정부의 방향이 시대정신에 맞다"며 노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있는 것도 노 대통령 지지세력을 끌어안겠다는 포석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문국현 = 오랜 기업경영 경험과 활발한 사회활동 이력이 말해주듯 '마당발'이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대선주자로서 `커밍 아웃'할 경우 힘을 보탤 조력자들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사장은 생명의 숲 및 윤경포럼 공동대표, 서울 그린트러스트 재단 이사장, CEO 지속가능경영포럼 회장, 한국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이사장, 서울대 환경대학원 초빙교수 등 `본업' 외에도 수많은 직책을 갖고 있다.
우선 환경운동을 하며 깊은 인연을 맺어온 최 열 환경재단 대표를 비롯해 정대화 상지대 교수,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오충일 6월 사랑방 대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등 진보개혁 인사들로 대표되는 '미래구상' 멤버들과 희망포럼 멤버인 박상증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사장이 속한 전문가 스터디그룹인 '창조경제포럼'은 향후 자문단 내지 `싱크탱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범여권 잠룡(潛龍)으로 분류되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최 열 대표, 그리고 조동성 서울대 교수, 임현진 서울대 교수 등 학계 인사들이 주요 멤버다. 문 사장은 이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경제현안과 남북관계 등 정책별 국가비전을 정책을 심도있게 논의한다는 후문이다.
재계 인맥도 물론 두텁다. 풀무원 남승우 사장과 자신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KT 남중수 사장과는 남다른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를 비롯, 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 유인태(柳寅泰) 김진표(金振杓) 이미경(李美卿) 의원 등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의 숲' 운동 등을 한 계기로 개인적으로는 가까우며 환경운동에 뿌리를 둔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과도 인연이 있다는 전언이다.
환경운동연합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고 건(高建) 전 총리와도 각별해 고 전 총리의 싱크탱크였던 `미래와 경제'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 이어령(李御寧) 전 문화부 장관, 강영훈(姜英勳) 전 총리, 생명의 숲 국민운동 이사장인 김후란(金后蘭) 시인 등도 지인으로 꼽힌다.
◇정운찬 = `경기고-서울상대'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데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정.관.재.학계 인사들과 두루 교분을 나눠왔다는 점에서 정치활동을 선언할 경우 적지않은 인사들이 조력자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 전 총장이 범여권내 가장 강력한 `제 3후보'로 거론되고 경우에 따라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폭발력에 비춰볼 때 범여권내 최대규모의 캠프를 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지인은 "정 전 총장의 대인관계가 워낙 넓어 인맥 면에서는 사통팔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정치참여를 선언하면 각계에서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단연 민주당 김종인(金鍾仁) 의원과의 친분이 돋보인다. 정 전 총장 스스로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86년 전두환정권 때 직선제 개헌을 주도, 해직 위기에 처한 정 전 총장을 김 의원이 구명해주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의원은 "정 전 총장이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순간 곧바로 30~40명의 의원들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순(趙 淳) 서울대 명예교수도 정 전 총장에게 있어 학문적 은사이자 인생의 스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깝다. 정 전 총장은 95년 조 명예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때 선거를 돕기도 했다. 조 명예교수는 현재 정 전 총장에게 정치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이 89년부터 18년째 이끌고 있는 스터디 모임인 `금융연구회'도 주목대상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씩 회합을 갖고 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그러나 모임 관계자는 "순수한 스터디 모임이지, 정 전 총장의 정치권 진출과 연결지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 전 총장은 충청권 각계인사들이 포진한 충청포럼에도 참여하고 있다. 충청권의 대표적인 여론주도 그룹인 이 포럼 역시 정 전 총장의 잠재적 지원그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명숙 = 지난 7일 당복귀 후 10여일째 `정중동(靜中動)' 행보 속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사들을 접촉하며 조력그룹 물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측은 조만간 재단 내지 연구소 형태로 `싱크탱크' 가동에 들어가는 등 캠프 구성을 위한 준비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좌관 출신 등 총리 비서실 참모 일부가 금주중 선발대로 여의도로 복귀하며 그 외 총리실 진용 일부가 추가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세력의 구체적 면면이 아직 수면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으나 재야 여성운동가를 거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여성부장관과 환경부장관을 지냈고 최근 총리까지 역임한 만큼 각계에 친분있는 인사가 폭넓게 포진돼 있다.
우선 70년대 `크리스챤 아카데미' 인맥으로 이화여대 선후배인 신인령(辛仁羚) 전 이대 총장, 이우재(李佑宰) 전 의원, 김세균(金世均) 서울대 교수 등이 꼽힌다.
남편 박성준(朴聖焌) 성공회대 교수의 서울대 상대 동문이자 대학시절 연합 서클인 `경제복지회'에서 함께 활동한 황한식 부산대 교수, 장상환 경상대 교수,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등과도 부부동반으로 어울리는 사이. 그밖의 학계 인사로는 연세대 박명림 교수, 서울대 백낙청 교수 등과도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국방부 진실규명위원장인 이해동 목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인 김상근 목사, 후원회장인 한승헌 변호사, 함세웅 신부 등 자신의 `뿌리'인 재야 쪽에도 발이 넓다.
여성운동 `대모' 답게 여성계에선 일일이 이름을 거명하지 못할 정도로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이대 인맥이 물밑에서 움직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권에선 함께 여성단체연합(여연) 공동대표를 지낸 이미경(李美卿) 의원 등 여성의원들이 대표적 지원그룹이다. 남편인 박교수의 과 후배인 김근태(金槿泰) 전 우리당 의장과 인연이 깊고 김원기(金元基) 임채정(林采正) 의원 등 중진그룹과도 평소 상의를 많이 하는 사이.
당복귀 후 첫 일정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방문으로 잡았듯이 동교동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총리 재임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깊은 신임을 표명하면서 노 대통령이 원군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친노(親盧) 그룹도 잠재적 측면지원 세력으로 거론된다.
미래구상 핵심멤버인 환경재단 최열 대표와도 절친하며 문국현(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 박원순(朴元淳)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대선 잠룡(潛龍)군과도 막역한 사이.
그러나 다른 주자와 인맥과 겹치는 부분이 있고 지역기반과 당내 계보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실제 결집력 측면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hanksong@yna.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