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성 중시 초기원칙 흔들려
검증체계도 부실‥잡음 자초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도덕성 논란을 계기로 정부 인사 시스템의 난맥상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3년차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원칙이 흔들리고, 청와대의 인사 검증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정권 자체의 도덕성이나 신뢰 수준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망가진 인사시스템 = 이 부총리 인선 과정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이 부총리의 장남이 한국국적을 포기한 직후 이 부총리 소유의 땅에 자신 명의로 건물을 등기한 것과 관련해 “인사검증 과정에 본인과 배우자만 포함돼 아들의 건물 소유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 아들을 둘러싼 논란은 부동산 문제말고도 국적 포기 이후 국내 거주, 대학 입학과 기업 입사 과정 등에 대해서도 의문이 불거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사전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검증을 포기했던 셈이다. 이 부총리 재산문제에 대해서도 이병완 홍보수석은 “이 부총리가 개인적 치부를 하지 않았고, 집 한 채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 부총리는 충남 아산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등 상당한 재력가로 나타나고 있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이 부총리의 사외이사 겸직 논란에 대해 “이 부총리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사외이사 겸직이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당시에는 분명히 법규상 사외이사 겸직이 금지된 상태였다. 이처럼 검증 절차와 판단이 안이하게 진행된 것은 인사의 원칙이 흔들리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청와대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도덕성과 개혁성을 중시했던 인사기준이 사라지고, 전문성을 우선순위로 내세움으로써 무리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 꼬리를 무는 인사 잡음 = 이 부총리뿐만 아니라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발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이른바 ‘조·중·동’과 화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군 장성 진급 인사에서는 특정고 출신 동기생 3명이 한꺼번에 진급함으로써, 여권 ‘실세’의 배후설이 나돌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관 인선에서도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를 변호했던 변호사 2명이 민정수석실의 비서관에 함께 자리를 잡으면서, 노 대통령 주변 ‘386 참모’들의 입김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통합거래소 임원에 지원하고 있는 부산·경남 지역 출신들을 둘러싸고는 ‘자격’과 ‘배경’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인사 기조 바뀌나? = 이 부총리 인선과 관련해서는 ‘친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강한 비난이 이는 등 ‘지지층 이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인사 난맥상의 원인으로는 현정부의 ‘인력풀’이 한계에 이른 탓에 인재난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최근 인력풀을 확대하면서 검증 시스템이 이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부총리의 경우 사전 내정상태에서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인력풀을 확대할 경우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가 문제”라며 “과거 장관, 총장을 지내는 등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그 사람의 철학과 능력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이 부총리는 문제가 커지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며 “노 대통령이 신자유주의적 시각에서 교육 문제에 접근한다면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검증체계도 부실‥잡음 자초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도덕성 논란을 계기로 정부 인사 시스템의 난맥상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3년차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원칙이 흔들리고, 청와대의 인사 검증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정권 자체의 도덕성이나 신뢰 수준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망가진 인사시스템 = 이 부총리 인선 과정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이 부총리의 장남이 한국국적을 포기한 직후 이 부총리 소유의 땅에 자신 명의로 건물을 등기한 것과 관련해 “인사검증 과정에 본인과 배우자만 포함돼 아들의 건물 소유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 아들을 둘러싼 논란은 부동산 문제말고도 국적 포기 이후 국내 거주, 대학 입학과 기업 입사 과정 등에 대해서도 의문이 불거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사전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검증을 포기했던 셈이다. 이 부총리 재산문제에 대해서도 이병완 홍보수석은 “이 부총리가 개인적 치부를 하지 않았고, 집 한 채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 부총리는 충남 아산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등 상당한 재력가로 나타나고 있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이 부총리의 사외이사 겸직 논란에 대해 “이 부총리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사외이사 겸직이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당시에는 분명히 법규상 사외이사 겸직이 금지된 상태였다. 이처럼 검증 절차와 판단이 안이하게 진행된 것은 인사의 원칙이 흔들리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청와대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도덕성과 개혁성을 중시했던 인사기준이 사라지고, 전문성을 우선순위로 내세움으로써 무리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 꼬리를 무는 인사 잡음 = 이 부총리뿐만 아니라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발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이른바 ‘조·중·동’과 화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군 장성 진급 인사에서는 특정고 출신 동기생 3명이 한꺼번에 진급함으로써, 여권 ‘실세’의 배후설이 나돌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관 인선에서도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를 변호했던 변호사 2명이 민정수석실의 비서관에 함께 자리를 잡으면서, 노 대통령 주변 ‘386 참모’들의 입김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통합거래소 임원에 지원하고 있는 부산·경남 지역 출신들을 둘러싸고는 ‘자격’과 ‘배경’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인사 기조 바뀌나? = 이 부총리 인선과 관련해서는 ‘친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강한 비난이 이는 등 ‘지지층 이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인사 난맥상의 원인으로는 현정부의 ‘인력풀’이 한계에 이른 탓에 인재난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최근 인력풀을 확대하면서 검증 시스템이 이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부총리의 경우 사전 내정상태에서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인력풀을 확대할 경우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가 문제”라며 “과거 장관, 총장을 지내는 등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그 사람의 철학과 능력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이 부총리는 문제가 커지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며 “노 대통령이 신자유주의적 시각에서 교육 문제에 접근한다면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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