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논평 발표 “김 전대통령 여권통합 역할론 유감”
잇단 정개개편 관련 보도에 쇄기…DJ역할론 이어질 듯
잇단 정개개편 관련 보도에 쇄기…DJ역할론 이어질 듯
김대중 전 대통령이 3일, 이례적으로 ‘정치 불개입’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논평을 내어 “김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4년 동안 일관되게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절 정치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비서관은 또 “최근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향후 정치일정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과 누구와의 연대’, ‘여권 통합에서 김 전 대통령의 역할론’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김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와 같은 민족적 문제와 세계 평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교동에서 이날 논평을 낸 직접적인 계기는 김 전 대통령의 역할론에 대한 최근의 언론 보도들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다음달 2일 열리는 ‘김대중도서관 후원의 밤’ 행사를 계기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동교동계 인사들이 세 결집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이 자연스레 범여권 통합의 매개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 비서관은 이에 대해 “‘김대중도서관 후원의 밤’ 행사는 연세대가 학교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정치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정치권 인사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한다거나 하는 보도는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 불개입’ 의지는 새로운 게 아니다. 그는 지난 8월12일 ‘도쿄 피랍 생환 33돌’ 축하 모임에서도 “내 자신이 정치개입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최근의 정치권 기류를 볼 때 가만히 있다가는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미리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논평은 또 앞으로 전개될 범여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그렇지만 김 전 대통령의 태도 표명에도 불구하고 ‘디제이 역할론’이 쉬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같다. 김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칠 통로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을 만나 민주당 분당을 통한 열린우리당 창당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국내 정치와 외교 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정력적인’ 외부 행보도 그의 역할론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부산대에서 강연을 한 데 이어 오는 11일 전남대, 19일 서울대에서 각각 강연을 한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김 전 대통령의 ‘정력적인’ 외부 행보도 그의 역할론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부산대에서 강연을 한 데 이어 오는 11일 전남대, 19일 서울대에서 각각 강연을 한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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