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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범여권 ‘연말 정계개편’ 무르익나

등록 2006-09-22 19:15

김근태의장 이어 고건 전 총리도 언급
“이대로 안돼” 절박감 강해 성사 가능성
노대통령-여당관계등 변수 만만찮아
범여권발 연말 정계개편이 가능할까?

최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이어 고건 전 총리가 ‘연말 정계개편론’을 들고 나오면서 그 실체와 배경, 성사 가능성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고 전 총리는 21일(현지시각)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말께 우리나라도 어떤 방향이든 정치적 구조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태동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실용 개혁세력의 연대·통합에 대한 여러 공감대는 많이 확산돼 있다”며 “다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여러 가지로 협의해서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근태 의장은 지난 20일 “국정감사가 끝나고 늦어도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 초가 되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대연합에 대응하는 민주개혁대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발언 모두 정계개편 시동 시점을 연말로 못박은 점이 이채롭다.

그렇지만 ‘연말 정계개편론’은 현재로선, 실체가 나름대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단 이들의 연말 정계개편론에 깔린 인식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감이다. 김 의장이나 고 전 총리 모두 현실 정치판을 어떻게든 흔들어야 할 처지다. 고 전 총리는 소극 행보를 계속할 경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고 전 총리의 대변인격인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은 이날 발언에 대해 “늦어도 연말에는 자신의 정치적 깃발을 들겠다는 의지의 표시”라며 “그 때에는 고 전 총리가 주변의 환경과 관계없이 무언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 전 총리가 한가위 이후에는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정치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김 의장 비서실의 박우섭 부실장은 “열린우리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뭐가 되든 해야 되는 처지”라며 “가만히 앉아서 고사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범여권발 정계개편은 이처럼 당위성이 강한 만큼 현실성도 커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변수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과의 관계다. 당청 관계가 예기치 못한 사태에 의해 일찌감치 파탄날 경우, 여권발 정계개편은 상상 이상의 규모가 될 수 있다. 여당 안에서는 아직도 대선정국에서 노 대통령과 같이 갈지(동승론), 아니면 따로 갈지(하차론)에 대한 논쟁이 내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당내에서 가닥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범여권내 정계개편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인 고 전 총리의 흡인력이다. 한가위 이후 고 전 총리가 움직이면서 지지도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경우, 범여권내 정계개편의 방향은 열린우리당과 고 전 총리의 주도권 경쟁 속에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 결집의 향방도 변수다. 다만, 한나라당의 경우엔 강재섭 대표가 최근 “울타리를 튼튼히 하고 외연을 확대해 뉴라이트 운동하는 분,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과 연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데서 보여지듯, ‘헤쳐모여’ 식의 큰 변화보다는 ‘개·보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나라당과의 공조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민주당 쪽은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 등 때문에 주도권을 쥐기는 힘들어 보인다. 호남에 대한 연고권을 내세우는 민주당이 호남의 ‘반한나라’ 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여야 거대정당들의 정계개편 와중에 힘겨운 줄타기를 계속해야 할 처지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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