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부산대에서 ‘21세기와 민족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강연장으로 들어서기 전 환영나온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 ‘21세기와 민족의 미래’ 특별강연
김대중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10시30분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부산대와 부산대 10·16 민주항쟁기념사업회의 초청을 받아 ‘21세기와 민족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앞서 오전 10시께 부인 이희호씨와 함께 부산대 본관에 도착해 김인세 총장과 환담을 나눈 뒤 10·16 기념관으로 옮겨 강연에 들어갔다.
전체 400석 규모의 10·16 기념관에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자리를 다 채우고도 모자라 양쪽 가장자리와 중간 통로까지 가득 메웠으며, 김 전 대통령이 연단에 오른 뒤에는 수십명의 학생들이 단상에까지 올라서 앉으며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김 전 대통령은 “학생들이 단상에까지 올라오니까 강연 잘못했다가는 재미없겠다”는 농담을 시작으로 오전 10시45분부터 11시15분까지 30분 가량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김인세 부산대 총장의 인삿말과 이행범 10·16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의 동영상을 곁들인 김 전 대통령 연보 소개가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강연에 들어가면서 “부산대는 부마항쟁의 발상지로서 유신독재 종말의 계기를 만든 영웅적 쾌거의 현장이요, 국민이 영원히 기억하는 대학”이라며 먼저 1979년 10월 부마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부산대생들의 민주항쟁 정신을 치하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21세기에 대해 △지식정보화의 시대 △세계화의 시대 △아시아의 시대 △아시아와 더불어 아프리카가 일어나는 세기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예외없이 보편화되는 시대 등으로 규정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앞날에 걱정되는 것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것이고, 일본이 급격히 우경화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문제를 주목하고 해결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가 21세기를 주도하기 위해 △분단된 국토의 통일 △확고한 민주주의 △생산적 복지국가 △문화강국 △교육에서 성공하는 나라 △튼튼한 안보태세 완비 및 평화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통일과 관련해선 종전의 평화통일을 위한 3단계 통일방식을, 한반도 안보 및 평화와 관련해선 한미동맹 관계 유지와 한·미·일 공조,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또 교육문제와 관련해 “소수의 영재교육을 위해 다수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도 안되지만, 다수를 위한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도 안된다”라며 영재교육의 필요성도 옹호했다.
그는 특히 최근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6자 회담 결렬 등 당면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북한 핵을 반대하고, 북한의 미사일 모라토리엄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도 북한이 안심하고 핵을 포기하고 미사일 발사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그 대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대가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과 외교관계를 열면서 경제제재를 해제해줄 것”을 내세웠다.
또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서도 “더이상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며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이를 당분한 보류하든지, 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해 북한으로 하여금 조속하고 완전한 시정조치를 취하게 하든지 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 클린턴 정부 때 북미관계가 거의 해결단계까지 갔다가 오늘날 악화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퇴임 후 날 찾아온 클린턴 전 대통령이 ‘1년만 더 대통령 자리에 있었으면 햇별정책의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었는데 참으로 아쉽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교수와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가 <워싱턴포스트>지에 공동기고한 “북한 핵문제의 성공비결은 북미간 협상뿐이다. 또 다른 대북제재는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가져갈 것이다.”라는 글을 인용하며 “미국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30여분간의 강연이 끝난 뒤에는 12시10분까지 55분 가량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질의응답 중에도 김 전 대통령은 질문하는 학생에게 앞으로 나오라며 “얼굴 좀 보고 듣자. 잘 생겼네.” 등의 농담을 건네 연신 청중의 웃음을 유발했다. 대기환경공학과 3학년 신아무개 학생이 첫 질의에 나서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자 김 전 대통령은 “아까 연설문 읽으면서 거기다 밑천 다 쏟아부었는데…”라는 농담으로 먼저 대답을 꺼냈다. 그는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성공적”이라며 “다만 현재 북미관계가 나빠 남북관계가 더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력을 통해서 해결하려 해선 안된다”며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화해와 협력, 동질성 회복, 북한의 경제적 자립이 이뤄진 뒤에라야 완전한 평화적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아무개 학생의 네오콘에 관한 질의에 대해서는 최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와 같이 “미국 네오콘이 중국에 대한 견제논리로 북한문제를 이용해 군비증강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중국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 흐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네오콘으로, 중국을 잠재적 적으로 규정하고 군비증강과 일본의 재무장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안에도 중국과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세력이 있는데, 이번 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미국 안의 정세가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경영학과 4학년 박아무개 학생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은 “한미 군사동맹은 우리의 안보이익과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이익이 일치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라며 “한미간 동맹관계는 작전통제권의 환수 문제보다 한미간의 신뢰와 이해관계의 일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작전통제권 환수시기에 대해 “우리가 2012년에 넘겨받겠다는데 미국이 2009년에 넘기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방위를 직접 맡는 우리의 의견을 미국이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6·25전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국토가 분단돼 빚어진 전쟁이지만, 미국이 전쟁 1년전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애치슨 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방위선에서 빼는 등 사려 깊지 못한 조치를 취한 것도 한 배경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그는 “미국 클린턴 정부 때 북미관계가 거의 해결단계까지 갔다가 오늘날 악화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퇴임 후 날 찾아온 클린턴 전 대통령이 ‘1년만 더 대통령 자리에 있었으면 햇별정책의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었는데 참으로 아쉽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교수와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가 <워싱턴포스트>지에 공동기고한 “북한 핵문제의 성공비결은 북미간 협상뿐이다. 또 다른 대북제재는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가져갈 것이다.”라는 글을 인용하며 “미국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30여분간의 강연이 끝난 뒤에는 12시10분까지 55분 가량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질의응답 중에도 김 전 대통령은 질문하는 학생에게 앞으로 나오라며 “얼굴 좀 보고 듣자. 잘 생겼네.” 등의 농담을 건네 연신 청중의 웃음을 유발했다. 대기환경공학과 3학년 신아무개 학생이 첫 질의에 나서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자 김 전 대통령은 “아까 연설문 읽으면서 거기다 밑천 다 쏟아부었는데…”라는 농담으로 먼저 대답을 꺼냈다. 그는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성공적”이라며 “다만 현재 북미관계가 나빠 남북관계가 더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력을 통해서 해결하려 해선 안된다”며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화해와 협력, 동질성 회복, 북한의 경제적 자립이 이뤄진 뒤에라야 완전한 평화적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아무개 학생의 네오콘에 관한 질의에 대해서는 최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와 같이 “미국 네오콘이 중국에 대한 견제논리로 북한문제를 이용해 군비증강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중국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 흐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네오콘으로, 중국을 잠재적 적으로 규정하고 군비증강과 일본의 재무장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안에도 중국과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세력이 있는데, 이번 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미국 안의 정세가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경영학과 4학년 박아무개 학생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은 “한미 군사동맹은 우리의 안보이익과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이익이 일치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라며 “한미간 동맹관계는 작전통제권의 환수 문제보다 한미간의 신뢰와 이해관계의 일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작전통제권 환수시기에 대해 “우리가 2012년에 넘겨받겠다는데 미국이 2009년에 넘기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방위를 직접 맡는 우리의 의견을 미국이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6·25전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국토가 분단돼 빚어진 전쟁이지만, 미국이 전쟁 1년전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애치슨 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방위선에서 빼는 등 사려 깊지 못한 조치를 취한 것도 한 배경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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