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관련부서에 보관” 해명 거짓으로
정부가 연간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7년여 동안 가동한 수질개선기획단의 ‘영월댐(일명 동강댐) 건설 타당성 종합검토 보고서’ 등 핵심 보고서들이 분실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지난달 말 <한겨레>가 보고서 전문과 용역비용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데 대한 총리실의 회신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달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자 물난리 재발방지 대책의 하나로 영월댐과 한탄강댐 건설 재추진 여부를 놓고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나 보고서 분실로 졸속 추진이 우려된다.
정부는 부처간 물관련 업무를 조정하기 위해 1997~2004년 동안 총리실 산하에 수질개선기획단을 운영해왔다.
총리실은 20일 <한겨레>에 보낸 회신을 통해 “이 보고서는 당시 수질개선기획단에서 조처하였던 사항으로, 현재 (총리실 산하) 환경정책팀에서는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또 ‘수질개선기획단 가동 기간에 발간된 각종 보고서 현황과 당시 조사용역 비용규모’ 등의 공개 청구에 대해서도 “자료가 현재 보관돼 있지 않아 정보공개가 불가능한 사항”이라고 회신해왔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관계자는 “보고서를 컴퓨터 파일로 정리한 흔적도 없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지난달 말 다수 언론사들이 이 보고서의 공개를 요청하자 “수질개선기획단의 모든 자료는 환경정책팀 등 국무조정실 관련 부서에 승계돼 보관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안의 민감성과 파장을 염려한 건설교통부 등 해당 부처의 반대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보공개청구 회신으로 총리실의 당시 해명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1999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모든 공무원이 공공기관의 기록물을 보호할 의무를 지도록 하고(제3조 및 12조) 기록물을 중과실로 멸실시킨 경우 3년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는 수질개선기획단이 정부와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아 구성한 33명의 전문가들이 1999년 9월부터 7개월에 걸쳐 작성해 2000년 5월 발간했다. 보고서는 △물수급 △홍수 △댐 안전 △환경 △문화 등 다섯 분야의 조사·연구 내용과 10차례에 걸친 전체회의 등 격렬한 토론 끝에 ‘영월댐 건설 중단’이라는 결론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10여년에 걸친 사회적 갈등을 민·관공동조사 방식으로 해결한 첫 결과물로 학술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전진한 선임연구원은 “한시적 위원회나 기획단 보고서의 경우 해당 단체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직접적 근거로 남기 때문에 반드시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국가기록물”이라고 말했다. 최익림 조홍섭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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