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일부 “다소 성급한 행보” 비판도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 파문의 와중에서 가장 돋보인 사람은 한명숙 국무총리다. 김 부총리의 거취문제가 이 정도 선에서 매듭지어진 데는 한 총리의 구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한 총리가 애초 김 부총리 ‘해임건의안’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부터가 정치권을 놀라게 했다. 한 총리는 지난 1일 국회 교육위가 끝난 뒤에도 밤늦게까지 사태 해결에 동분서주했다. 김 부총리의 퇴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지만 그 시기와 모양새를 원만하게 조율하는 데 한 총리가 나름대로 큰 몫을 한 셈이다.
한 총리의 이런 행보가 자신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등 여권 수뇌부와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일각에서는 한 총리가 ‘총대를 멨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한 총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총리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탄탄히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7·3 개각 때 각료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잠재울 수도 있게 됐다.
관심의 초점은 한 총리가 후임 교육부총리를 지명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로 옮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목을 두고는 청와대와 총리실 사이에 다소 미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여권 내부의 힘겨루기 양상도 있었는데 한 총리의 행보는 다소 성급했고 신중치 못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총리실은 후임 교육부총리 문제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자칫 후임자 인선에까지 나서는 모양새가 되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건드린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읽힌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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