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압승 왜?
한나라, 반사이익 넘어 ‘대안세력’으로
여당 ‘전국 정당화’ 되레 지지층 축소 ‘한나라당의 5·31 대첩.’ 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에서 전국을 휩쓸다시피 했다. 당선자 수뿐만 아니라 득표율에서도 열린우리당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압도했다. 반면,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거머쥐었던 열린우리당의 성적표는 참담할 정도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민심은 이번 선거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 하는 것일까? 보수세력 조직화 한나라당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보수세력이 두 차례 대선 패배와 17대 총선 패배 이후 급속히 조직화하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 압승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뒤부터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은 ‘자유주의 연대’, ‘뉴라이트 네트워크’,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의 조직을 속속 출범시켰다. 진보세력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시민사회 영역에 이들 보수세력이 본격 참여함으로써 한나라당은 이념적으로 유권자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기회를 얻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보수세력의 진출도 놀랄 만하다.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사실상 진보진영의 독점공간이었다. 그러나 ‘자유넷’, ‘뉴라이트닷컴’, ‘프리존’, ‘폴리젠’ 등 다수의 보수논객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생겨나면서 보수이념을 확산·재생산해내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조직화된 뉴라이트의 담론이 이번 선거에서 ‘온건중도 세력’을 한나라당 지지로 끌어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선거를 징검다리로 뉴라이트 운동 등 조직화된 보수세력의 활동 범위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론 한나라당과 보수세력, 보수언론이 내건 ‘정권 심판론’도 제대로 먹혀들었다. 최연희 의원 성추문과 잇따른 공천비리 등 악재가 겹치는데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솟구치자 여당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강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여권에 등 돌린 민심의 골이 천길 낭떠러지였다”고 진단했다. 민심 이탈의 주된 원인은 ‘무능한 여당’이라는 낙인이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무능한 남편(열린우리당)보다 부패한 남편(한나라당)이 좋다’고 하지만 적어도 ‘성실한 남편’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민심은 돌아설 줄 몰랐다. 물론, 여당 의원들은 “‘비우호적인 언론 환경’ 탓에 여권의 능력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한다. 하지만 어찌됐건 국민 다수가 여권의 능력에 회의를 품게 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현장을 뛴 여당 운동원들은 “‘대통령 주고 과반 의석까지 줬는데 뭘 더 바라느냐’는 핀잔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안세력으로 부각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부터 지지도가 40%를 넘나드는 전례없는 고공행진을 벌여왔다. 성추행 사건과 공천비리에도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한나라당의 이번 압승을 열린우리당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대표는 “한나라당이 선거 훨씬 전부터 기록해온 40%대의 지지율은 부동층을 20~30%로 잡을 경우 실제론 과반이 넘는 엄청난 수치”라며 “여기엔 단순한 ‘반사이득’ 이상의 실체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유권자의 ‘탈정치 경향’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의 여권이 두 차례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한데다 기존의 ‘민주 대 반민주’, ‘개혁 대 반개혁’의 대결구도는 희석된 반면, ‘양극화 심화’ 등으로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 과제가 되면서 ‘능력’이 선택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휴 폴앤폴(여론조사기관) 대표는 “현 집권층이 양극화 등의 주범처럼 인식되는 데 반해, 한나라당의 경우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손학규 경기지사의 파주 엘시디공장 유치 등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능력’ 문제에서의 한나라당의 비교우위가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정당 실패
이번 선거는 호남 지역색 탈피와 전국정당화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열린우리당의 시도가 사실상 좌절됐다는 점도 확인시켰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여권이 승리했던 일차적 요인은 민주·개혁 세력과 호남 세력의 표 결집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호남당’ 이미지 탈피에 성공한 열린우리당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성공을 거뒀으나 이는 상당 부분 탄핵 역풍에 힘입은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의 전국정당화 시도는 역설적으로 지지층 양분에 따른 지지기반 축소를 불러왔고, 그 결과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광역·기초 단체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민주·개혁 세력의 결집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수도권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은 “과반 의석을 만들어줬는데 도대체 한 게 뭐냐”는 불만을 나타내며 지지를 유보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열린우리당의 전국정당화 기치가 실제로는 고정적 지지기반의 상실로 귀결됐다”며 “호남 지지층 이탈과 민주·개혁 세력의 이완이 맞물리면서 여당의 참패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여당 안에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도 지지층을 결집하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병수 임석규 기자 suh@hani.co.kr
여당 ‘전국 정당화’ 되레 지지층 축소 ‘한나라당의 5·31 대첩.’ 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에서 전국을 휩쓸다시피 했다. 당선자 수뿐만 아니라 득표율에서도 열린우리당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압도했다. 반면,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거머쥐었던 열린우리당의 성적표는 참담할 정도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민심은 이번 선거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 하는 것일까? 보수세력 조직화 한나라당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보수세력이 두 차례 대선 패배와 17대 총선 패배 이후 급속히 조직화하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 압승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뒤부터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은 ‘자유주의 연대’, ‘뉴라이트 네트워크’,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의 조직을 속속 출범시켰다. 진보세력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시민사회 영역에 이들 보수세력이 본격 참여함으로써 한나라당은 이념적으로 유권자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기회를 얻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보수세력의 진출도 놀랄 만하다.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사실상 진보진영의 독점공간이었다. 그러나 ‘자유넷’, ‘뉴라이트닷컴’, ‘프리존’, ‘폴리젠’ 등 다수의 보수논객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생겨나면서 보수이념을 확산·재생산해내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조직화된 뉴라이트의 담론이 이번 선거에서 ‘온건중도 세력’을 한나라당 지지로 끌어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선거를 징검다리로 뉴라이트 운동 등 조직화된 보수세력의 활동 범위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론 한나라당과 보수세력, 보수언론이 내건 ‘정권 심판론’도 제대로 먹혀들었다. 최연희 의원 성추문과 잇따른 공천비리 등 악재가 겹치는데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솟구치자 여당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강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여권에 등 돌린 민심의 골이 천길 낭떠러지였다”고 진단했다. 민심 이탈의 주된 원인은 ‘무능한 여당’이라는 낙인이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무능한 남편(열린우리당)보다 부패한 남편(한나라당)이 좋다’고 하지만 적어도 ‘성실한 남편’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민심은 돌아설 줄 몰랐다. 물론, 여당 의원들은 “‘비우호적인 언론 환경’ 탓에 여권의 능력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한다. 하지만 어찌됐건 국민 다수가 여권의 능력에 회의를 품게 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현장을 뛴 여당 운동원들은 “‘대통령 주고 과반 의석까지 줬는데 뭘 더 바라느냐’는 핀잔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안세력으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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