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는 범인이송 방해하고 조사실 들락날락
피습사건 이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버하지 마라’는 당부를 했음에도 한나라당이 수사기관에 지나친 요구를 하고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은 사실상 공무집행 방해행위를 해 눈총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정치테러 조사단장인 김학원 의원과 권영세·정종복 의원은 22일 정상명 검찰총장을 항의방문해 수사 주체를 대검찰청으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야당 총재이자 대권 후보가 피습된 사건인데 지검에서 수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하필이면 세풍·병풍으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방해한 이승구 검사장이 있는 서부지검에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대검이 맡는다면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공안부에서 해야 하지만 대검 공안부는 수사권이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 합동수사본부장인 이승구(54·사시 20회) 서울서부지검장의 경우도 대검 중수1과장으로 있을 때 ‘세풍’ 사건을 수사했으나 당시 동아건설 비리를 수사하다 돈의 사용처를 캐는 과정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정치 수사’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중평이다. 또 이미 2004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 검사장이 2000~2001년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병역 비리를 수사했으나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병풍’ 사건은 후임인 박아무개 검사장이 맡아 한나라당의 주장 역시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그런가 하면 박사모 등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지지단체들의 ‘과잉 애정’이 ‘공무집행 방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지단체 회원들은 범인 지아무개(50)씨가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받던 20일 밤부터 ‘공정한 수사 보장’을 명목으로 지씨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며 출입이 제한된 조사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조서까지 베껴 나와, 접근할 수 없었던 기자들 대신 ‘취재’하고 ‘브리핑’까지 했다. 김동주 ‘박정희 바로알리기 국민모임’ 대표는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보려고 참관을 요구해, 경찰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도 “불순 세력이 수사를 방해할까봐 박 대표 지지자들이 수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오기 서대문서장은 “참관을 허가한 것은 한나라당쪽 변호사뿐”이라며 “변호사나 가족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 수사를 참관할 수 있게 해줬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한편, 경찰서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던 지지단체 회원 50여명은 다음날인 21일 오후 6시40분께 경찰이 지씨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 서울 서부지검으로 이송하려 하자 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이들은 경찰서 정문에 늘어서 호송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밖으로 걸어나오던 지씨를 향해 물병과 쓰레기 등을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법대로 따지면 명백한 불법시위와 공무집행 방해”라며 “일일이 대처했다가는 문제만 더 커지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어 내버려둔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조혜정 유신재 기자 rosebud@hani.co.kr
황상철 조혜정 유신재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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