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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과 탈권위 실험 2년
2. '파워 엘리트' 교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뒤 2년 동안은 ‘권력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급격히 바뀐 시기였다. 고졸 9급 면서기 출신이 청와대 인사수석이 되고, 마을 이장 출신이 장관에 기용되는 등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이 이어졌다. 파워 엘리트의 교체는 서울의 일류대학 출신 중심으로 짜인 기존 ‘주류’ 세력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활력과 긴장을 끌어올린 측면도 분명히 있다. 지방·시민권·소장파 등 대거 진입
기존 주류 반발속 정부에 긴장·활력
내사람-영입인사 배합 '균형' 시도 ◇ ‘주변’에서 ‘중심’으로=지방 출신, 시민운동 출신들이 권력의 중심으로 대거 진입했다. 그 규모는 역대 어느 정권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권 초기부터 각 지역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던 개혁 성향의 인사들이 발탁됐다. 문재인 민정수석, 이호철 전 민정비서관, 정윤재 총리실 민정비서관(이상 부산), 정찬용 전 인사수석(광주), 이강철 시민사회수석(대구)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지방대학 교수들도 중요한 인재풀로 자리잡았다.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경북대),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한림대), 윤덕홍 전 교육(대구대), 허상만 전 농림(순천대), 허성관 전 해양수산(동아대),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영남대) 등이 있다. 이종석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차장이나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도 학계에서는 소장그룹에 속했던 인사들이다. 조기숙 홍보수석은 소장 정치학자 출신이다. 민변을 필두로 시민사회 진영의 진출도 두드러졌다. 고영구 국정원장,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용철 국방획득제도개선단장, 전해철 민정비서관, 김진국 법무비서관, 김선수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 박범계 전 법무비서관, 이석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민변 출신이다. 황인성 시민사회비서관 등 ‘재야’ 출신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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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무형 인사의 핵심 배치=개혁 성향의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내각의 핵심 포스트에 자리잡은 것은 노무현 정부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해찬 국무총리를 필두로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보건복지, 정동채 문화,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등은 중량급에 속한다.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으로 정치에 몸담았던 이들이 대거 정부 요직을 차지함으로써, 세대교체 바람도 거세게 불었다. 청와대의 윤태영 제1부속실장, 천호선 국정상황실장, 김만수 부대변인, 황이수 행사기획비서관, 청와대에서 열리우리당 의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광재·김현미·서갑원 의원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윤후덕 업무조정비서관, 장준영 사회조정비서관, 김형욱 사회조정3비서관, 노혜경 국정홍보비서관 등도 ‘운동권→당→청와대’ 코스를 밟은 인물들이다. ◇ 관료사회 ‘외부 수혈’=주요 부처에서 그 부처 출신 관료들이 고위직을 독식하는 이른바 ‘관료 마피아’의 ‘아성’을 깨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다. 최근 김진표 교육 부총리의 발탁도 그런 경우로 해석된다. 외부 인사를 수혈함으로써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이런 범주에는 50대 초반의 학자 출신이었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변호사 출신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산자부 출신의 오영교 행자부 장관, 마을 이장 출신의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속한다. ‘외부수혈’ 인사는 연공서열에 따른 관료조직의 기득권 구조를 허물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윤영관 전 장관의 경우에서 보듯 꼭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 평가와 전망=노 대통령의 인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이른바 ‘코드인사’ 시비와 인재풀 부족의 문제다. 임동욱 충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른바 코드인사가 초기에는 국민들을 매우 당혹하게 했지만 인사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면서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한 측면도 있다”며 “노 대통령이 일견 지난 2년 동안 세상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고 말했다. 하태권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무직의 경우 정치적 색채나 신념을 보아야 하지만 코드를 너무 좁게 보는 것은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인재풀이 좁은 데서 비롯된 문제인만큼 인재풀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드인사 논란이 어느 정도 ‘중화’되고 있는 데는 정치적 상황 변화와 함께 노 대통령이 최근 관료와 측근인사들을 적절히 ‘배합’하는 인사를 시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 인사는 “노 대통령은 자리에 따라 자기 사람을 쓸 곳과, 사람을 널리 찾아 쓸 곳을 철저히 구분한다”며 “최근 들어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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