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오는 25일 취임 두 돌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은 2년 동안 다양한 방면에서 분권과 탈권위주의에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중앙부처 기획관리실장 연찬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두돌을 맞는다. 지난 2년 동안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분권’과 ‘탈권위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다. 대통령 권력의 변화와 한계, 집권세력 내부의 인물 교체, 새로운 정당정치 실험 등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남은 임기 3년의 전망을 세 차례로 나누어 살펴본다. 노대통령 취임2돌 분권과 탈권위 실험 2년
1. ‘절대권력’ 내놓은 대통령
2. ‘파워엘리트’ 교체
3. 정당정치 패러다임 변화 검·경·국정원 3대권력 중립화 성과
비공식부문 부패구조 뿌리 잘라내
정치조율 마비 효율저하 부작용도 “대통령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것은 맞다. 그러나 ….”
노무현 대통령 집권 2년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노 대통령이 과거의 제왕적 대통령상에서 벗어나 분권과 탈권위주의 실험을 해 온 데 대한 평가다. 정치인들이나 학계 및 시민단체 인사들은 대체로 분권 시도가 나름으로 성과가 있었지만, 여러가지 차원에서 미약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권력을 포기한 권력자’ 노무현=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절대권력을 스스로 포기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 같다. 집권당의 공천권과 당직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운영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또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검찰 등 ‘사법권’ 영역에 대해 권력분립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과거처럼 ‘내각 위의 내각’으로 각 부처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참모’ 기능에 충실하도록 조직돼 있다. 또 과거처럼 중앙권력이 지방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도 별로 없다. 특히 대통령과 총리의 분권적 국정 운영에서 보듯 각 방면의 분권화를 아예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학계의 평가도 진보·보수·중도 할 것 없이 일단은 긍정적이다.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일영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는 “노 대통령이 2년 동안 제일 잘한 것이 검찰·경찰·국정원 등 3대 권력기관을 상대적으로 중립화한 것”이라며 “이는 퇴임 이후에도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도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우준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는 “노 대통령에 대한 찬반을 떠나 권력기관의 분권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장악 시도 없어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정부에서는 국정운영이 분권화, 공식화하면서 과거 정권에서처럼 공식 부문을 압도하는 비공식 부문을 중심으로 한 부패구조의 뿌리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 ‘반쪽’짜리 분권화 실험=그러나 지난 2년의 분권화 실험에 대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분권에 따른 통합 문제, 효율성과 책임성 문제, 관료들의 자율성 신장에 따른 정무적 논리의 배제 등이 그것이다. 김일영 교수는 “분권화가 국정의 한 축이라면 통합은 또다른 축”이라며 “노 대통령 2년은 통합이 없는 분권화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권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 전체의 유기적 통합인데, 그 목적이 제대로 달성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권력기관의 문제, 정부와 재계와의 관계 등은 분권화의 한 측면일 뿐, 또다른 측면은 권력기관과 일반 국민 사이의 관계”라며 “국가보안법 폐지의 좌절 등에서 보듯 국민들이 권력과의 관계에서 자유민주적 기본권을 온전히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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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교수는 분권화에 따른 효율성과 책임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분권화에 따른 시행착오 중 대표적인 것이 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 파동”이라며 “인사는 궁극적으로 대통령 책임인데도, 분권형 국정 운영에 따라 총리의 추천을 청와대가 거절하지 못하고 수용함으로써 책임성의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자율성이 주어지면 거기에 따른 책임과 효율성이 뒤따라야 한다”며 “관료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우리 사회 전체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정치적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관료 배타적 권리 강화 우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관료들의 득세에 대해 “관료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고까지 비판했다. 그는 “현정부에서는 과거처럼 청와대가 부처에 대해 시시콜콜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가장 일하기 편한 정부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은 분권화는 자칫 제도화된 권력기관의 배타적 권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스타일에 대해서도 “탈권위주의가 권력의 민주화 과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파격적 언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이 탈권위를 시도했지만, 이로 인해 결국 권위를 상실한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분권실험의 ‘종착역’은 제도화=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노 대통령의 분권화 노력에 대해 “대통령이 권력을 스스로 내놓는다는 것이 웬만한 의지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노 대통령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종전의 비합리적 권위주의로 인한 의사결정 구조의 왜곡을 줄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 분권화로 가기 위한 성장통과 시행착오도 분명 있었다”며 “이는 과거처럼 위로부터의 타율적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유기적 통합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참모는 “앞으로 남은 3년의 화두는 개혁과 통합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차원의 통합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연말께 지금까지의 분권화 과정을 결산하면서 어떻게 제도로서 정착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앞으로 분권과 탈권위 노력과 함께 통합 문제에 더욱 매달리는 한편, 올해 말이나 내년께는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답은 당과 총리가 일상적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나라 발전의 중장기 전략 및 핵심 과제를 챙기는 이른바 ‘책임 총리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책임 총리제를 더한 대통령 중임제 개헌론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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