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정준호 연구위원 심포지엄서 쓴소리
대외경제연·산업연구원 학자들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의 두뇌집단 구실을 하는 국책 연구원의 학자들이 협정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정준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큰맘 먹고 쓴소리를 했다. 4일, 한신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창비가 후원한 ‘한-미 에프티에이, 어떻게 볼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공동 발표문을 내놓았다.
서울 정동 배재빌딩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들은 “어떠한 자유무역협정도 명확한 목표와 실익에 대한 확신 없이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97년 외환위기는 ‘준비된 개방’이 모든 개방의 전제조건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참여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급진적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영향 연구 등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정부의 입맛에 맞춰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너무 장밋빛으로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런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학자들이 반기를 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두 연구위원이 보기에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협상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영미권과의) 경제통합이라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목표를 전격적으로 달성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외교안보적 시각 없이 통상현안으로만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논의 과정에서 국회나 시민사회 등을 외면하는 “비민주적·비효율적 추진체계”의 문제도 이들은 지적했다.
두 연구위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장기과제로 돌리고, 동북아 지역내 자유무역협정을 먼저 진행하자는 이행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실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전면 백지화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 (진행 중이었던) 한-캐나다 협정부터 성실히 매듭지어, 영미식 경제체제와의 통합에 대비한 학습을 충분히 할 것”을 제안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경제학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의 주력이나 다름없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서 일하는 학자들이 ‘소신과 양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국책 연구원 내부에서도 민주적인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다만 “현실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전면 백지화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 (진행 중이었던) 한-캐나다 협정부터 성실히 매듭지어, 영미식 경제체제와의 통합에 대비한 학습을 충분히 할 것”을 제안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경제학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의 주력이나 다름없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서 일하는 학자들이 ‘소신과 양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국책 연구원 내부에서도 민주적인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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