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공천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국회의원 부인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새삼 관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공천비리 파문으로 정치생명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박성범(朴成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에 이들의 부인이 `연결고리'처럼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여의도 정가에서 국회의원 부인의 역할은 단순한 내조자나 가족 개념을 넘어 `정치적 동반자' `반(半) 정치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역구 관리에다 의정생활, 당직활동,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빡빡한 일정의 국회의원 입장에서 부인들의 적극적 내조가 의원 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일례로 1996년 총선 당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을 꺾고 정계에 입문한 박성범 의원 부인 신은경씨는 KBS 앵커 출신이라는 대중성에 걸맞지 않게 매일 목욕탕에서 아줌마 유권자들의 때를 밀어주는 내조로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평을 들었던 것은 잘 알려진 일화.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 부인은 2004년 총선 때 3개월간 지역구내 조기축구 모임 등을 찾아다니면서 시원한 차(茶) 대접을 해 `하루이틀만 하고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했던 주민의 마음을 감복시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당 한 중진 의원의 경우 각종 당직 등 바쁜 의정활동 때문에 평소 지역구 관리는 부인의 몫으로 돌리고 있고, 오히려 온화하고 포용력있는 부인의 성품 탓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탓인지 의원인 남편이 사망하거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경우 부인이 지역구를 이어받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기고 있다.
하지만 부인의 `왕성한 내조'가 종종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한나라당 김정부(金政夫) 의원의 경우 부인이 2004년 총선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까지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남궁석(南宮晳) 전 국회 사무총장은 우리당 후보로 활동하던 2004년 부인이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돈봉투를 전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후보직을 사퇴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부인들 역시 이번 공천비리 의혹 파문이 불거지고 검찰에 고발조치되면서 출국금지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직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원들 입장에서 부인의 정치 내조가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걷는다'는 식으로 조심에 또 조심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이번 5.31 지방선거처럼 전국 규모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을 경우 각종 청탁이나 로비가 부인을 통해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아 더욱 긴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공천이나 선거를 앞두고 중앙당이나 지역구 당직자들이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차마 매몰차게 거절하기는 어렵고 약속이 있다고 하든지, 아예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피난가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우리당의 또다른 의원은 "아직은 우리나라 국민이 현모양처형을 선호해 부인이 너무 적극적으로 남편의 정치활동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또한 부인들스스로 나서기를 꺼려 최소한의 범위에서 남편을 내조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지만 부인의 `왕성한 내조'가 종종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한나라당 김정부(金政夫) 의원의 경우 부인이 2004년 총선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까지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남궁석(南宮晳) 전 국회 사무총장은 우리당 후보로 활동하던 2004년 부인이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돈봉투를 전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후보직을 사퇴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부인들 역시 이번 공천비리 의혹 파문이 불거지고 검찰에 고발조치되면서 출국금지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직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원들 입장에서 부인의 정치 내조가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걷는다'는 식으로 조심에 또 조심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이번 5.31 지방선거처럼 전국 규모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을 경우 각종 청탁이나 로비가 부인을 통해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아 더욱 긴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공천이나 선거를 앞두고 중앙당이나 지역구 당직자들이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차마 매몰차게 거절하기는 어렵고 약속이 있다고 하든지, 아예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피난가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우리당의 또다른 의원은 "아직은 우리나라 국민이 현모양처형을 선호해 부인이 너무 적극적으로 남편의 정치활동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또한 부인들스스로 나서기를 꺼려 최소한의 범위에서 남편을 내조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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