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는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와 관련해 “아직도 비례대표 문제에서 소위 말하는 ‘룰 미팅’(규칙을 정하는 회의)이 안 되고 있다. 도대체 민주당 입장이 뭔가”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병립형 회귀’로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과 달리, 소속 의원들의 엇갈리는 의견과 시민사회 등의 압박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눈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당은 지금의 제도(준연동형)가 너무 복잡하고, 기형적인 방식으로 거기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낳았기 때문에 원래대로 (병립형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선거제) 협상이 진행 안 되는 건 민주당 입장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니, 책임 있는 입장을 내주기 바란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정당득표율로 전체 의석을 나눈 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그보다 모자라면 절반을 비례로 채워주는 제도)이 이해하기 어렵고, 위성정당이라는 변칙을 낳았기 때문에 20대 국회 때까지 적용해온 병립형(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가지는 제도)으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을 86일 앞둔 이날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되, 선출 단위를 전국이 아닌 권역별로 나누는 방안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다른 야당들과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 △지난 총선 때 한시적으로 적용된 ‘준연동형 캡(상한)’을 30석에서 더 낮춰, 준연동형과 병립형을 병행하는 방안이 선택지다.
다만, 당 안에선 ‘일방적 병립형 회귀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병립형으로 가면 ‘거대 양당이 짜고 친다’는 국민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 더구나, 정치 양극화에서 비롯된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으로 거대 양당에 반감이 더 거세졌기 때문에, 병립형 회귀는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법·제도 개선이 어렵다면 현행 제도(준연동형)를 중심에 놓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런 현실적인 방안을 놓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1월 (임시)국회 안에는 어떻게든 (논의를) 마무리지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본소득당이 주축이 된 개혁연합신당은 민주당 등 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공동으로 내자며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공식 제안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준연동형이 유지되지 않으면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