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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반중’ 승리한 대만 선거…한·중 관계 관리 부담 더 커져

등록 2024-01-14 18:48

친미 성향 라이, 중국과 긴장 예고
민주-권위주의 진영 대결 심화 땐
‘미국 편 서라’ 한국 압박 커질수도
13일 밤 대만 타이베이에서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중 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 편에 서라’는 압박을 더 강하게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해 외교부는 14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우리 정부의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기조 아래 대만과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이 원칙에 변함없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대만 독립파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 당선자가 ‘민주주의 수호’를 앞세우며 승리한 만큼, 대만과 중국의 긴장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된 이번 선거에서 친미 성향 후보가 이김에 따라, 미-중 간 경쟁, 갈등 구도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에 밀착해 ‘가치외교’를 기치로 내걸며 한-중 관계 관리엔 상대적으로 소홀해온 한국 정부가 더 큰 외교적 부담을 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라이 후보 당선으로 역내 질서가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 구도로 심화할 경우, 북한을 등진 한국의 외교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봤다.

 한-중 관계 관리가 가장 큰 딜레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일본이 대만과 협력을 확대할 때 한국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보다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지만 진영화가 되면 한국도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안 관계가 악화해 미-중 갈등마저 심화하면 한국은 ‘미국 편에 서라’는 압박을 더 심하게 받을 수 있어 곤란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외교 기조 아래 자유주의 국가와의 연대 강화에 주력해온 한국 외교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하는 등 대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재흥 센터장은 “한국도 한-중 관계를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현 정부 입장 자체가 자유주의 진영 연대 강화로 명확하고, 대만 관련 입장도 여러번 밝혀서 그런 부분을 번복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양안 관계 긴장 지속에 따른 반도체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정부 노력도 요구된다. 김용신 인하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 ‘칩4(미·한·일·대만)’ 작동을 위해 미국이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 중국도 미중 반도체 경쟁 국면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하려고 할텐데, 이럴 때 한국 정부도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적절한 가이드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만과 미국, 중국 모두 당장은 관계 악화보다는 현상 유지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대만 총통 선거와 달리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면서 “대만인들 입장에서는 교묘하게 현상 유지를 택한 것이고, 라이칭더 또한 노골적인 현상 변경을 추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문흥호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으로서도 대만과의 교류, 경제협력이 불가결하기에 이를 단절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다”고 했다. 연원호 대외정책경제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 대만, 미국이 극단적으로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고 현상 유지가 된다면 한국에도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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