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살인미수 혐의 구속영장 청구
지난 2일 부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부동산중개업자 김아무개(67)씨가 수년간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했다가 10개월 전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주변에선 그가 한때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으며,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를 즐겨 시청해왔다는 진술도 잇따라 나왔다.
경찰은 3일 김씨가 특정 정당의 당적을 보유했다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과 관련해 이날 오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관련 자료를 확인했다. 정당법 24조 당원명부 조항에는 법원이 재판상 요구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원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람하겠다고 강요할 수 없으며, 범죄수사를 위한 당원명부 조사에서도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당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3월 민주당에 입당해 최근까지 당적을 보유해온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산 지역 당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경찰에 김씨의 당적 보유 여부를 확인해줬다는 사실과 함께 “현재 피의자는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하지 않고 있음을 밝힌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김씨는 2020년 미래통합당을 탈당하기 전 4~5년가량 당적을 보유했다고 한다.
김씨의 정치 성향에 관한 주변 인물들의 진술도 나왔다. 김씨의 외조카 이아무개(57)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씨가 “4~5년 전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몇번 나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부동산중개업소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 주인은 “물건을 사러 올 때면 스마트폰으로 정치 관련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김씨의 주소지인 충남 아산 배방읍의 부동산중개업소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김씨의 혐의는) 살인미수 말고는 없다. 공범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대표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김씨의 진술과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범행에 쓸 흉기를 산 뒤 사용하기 쉽게 형태를 변형한 점 등으로 미뤄 그가 이 대표 공격을 사전에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1일 열차 편으로 주소지인 아산에서 부산으로 왔다가 울산으로 이동한 뒤 같은 날 부산에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밤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경찰은 김씨가 이 대표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상당 기간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살피고 있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달 13일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영상을 보면, 김씨가 이번 범행 때 착용한 파란색 왕관 모양 머리띠와 같은 머리띠를 한 김씨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이 등장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최근 행적과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동 엄지원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