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을 두고 정치권은 2일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에게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며 정쟁 자제 모드에 들어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 참석 전 이 대표 피습 소식을 듣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사회에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수사당국은 총력을 다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사안의 전모를 밝히고 (범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신년 인사회 머리발언에선 “진영이나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엄정한 사실 확인과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힘이라는 수준 높은 정당, 수준 높은 시민들이 동료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제가 피습당했을 때처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제가 50년 살아오면서 제일 안 해본 게 건배 제의인데 오늘은 하겠다”며 “대전·충남·세종, 승리합시다”라고 건배사를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한 위원장의 이런 발언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며 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유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국민의힘 의원 모두는 저와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이 대표의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줄 것은 당부드린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대중에게 공개된 행사장에서 흉기로 공격당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소속 의원들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전선을 더 확대시키지 않도록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민생 법안 처리 방안을 논의하려고 열 예정이었던 ‘2+2 협의체’ 회의를 연기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대전과 대구·경북 시·도당 신년회에는 참석했으나, 저녁에 열린 지역 언론사 주최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는 참석을 취소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입장문을 내어 “제1야당 대표가 흉기 테러를 당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며 철저한 수사와 엄중 조처를 촉구했다.
야당과 정치인들도 일제히 분노를 표시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공당의 대표에게 발생한 명백한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며 “정치 진영을 떠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단적인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생각이 다르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어떤 경우에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증오의 정치,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썼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대전/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