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하면서, 총선을 앞둔 여야의 긴장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 장관이 여당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하시는 것을 축하드린다. 집권 여당의 책임자로서 주어진 책임을, 또 임무를 잘 수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악연을 고려하면 상당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것이지만, 야당 안에선 ‘한동훈 비대위’의 등장으로 여야 관계는 사실상 파국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전 장관이 그간 국회 회의장 안팎에서 원색적인 언사로 야당과 입씨름을 벌이거나 이 대표 등 검찰 수사를 받는 야당 정치인들의 혐의를 기정사실처럼 언급해온 까닭이다.
한 지명자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수사받는 이 대표를 향해 “증거가 차고 넘친다” “이 의원은 잡범이 아니다. 중대 범죄 혐의가 많은 중대범죄 혐의자”라고 말해왔다. 민주당 당내 설화에 대해 언급하며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고 거칠게 공격하거나 ‘과잉 수사’를 주장하는 것을 두고 “범죄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거짓말하고 좌표 찍어서 선동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국민들이 궁금해한다’며 한 전 장관의 거취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도 “위원님 혼자 궁금해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날선 반응을 내놨다.
야당에선 “한동훈 비대위 구성은 야당과의 관계는 포기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언”이라고 우려한다. 민주당의 한 친이재명계 의원은 “한 전 장관이 그동안 야당 의원들을 짓밟거나 망신 주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어왔는데 대화는 무슨 대화인가. 총선까지는 전쟁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한 전 장관이) 대야 관계에서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 민생과 미래를 위한 어젠다로 야당과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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