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21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과 관련해 “홍범도 장군이 독립운동가로서 예우를 받아야 하지만 이 분의 행적이 우리나라의 정체성 등 여러 논란을 야기하기에 이 부분은 다시 한번 점검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강 후보자는 홍 장군 흉상 문제, 건국절 논란,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백선엽 장군 친일행적 삭제 등에 대해 윤석열 정부 공식 입장을 원론적으로 반복하며 계속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현 박민식 장관은 현안에 대해 소신이 너무 뚜렷해 문제였는데 강 후보자는 소신이 너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후보자는 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느냐는 건국절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고,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주도로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어떤 법안이 통과되려면 국민 전체의 공감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민주유공자법은 그런 과정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보훈부가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유족의 요구를 근거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했는데 같은 문구가 적힌 김백일·이종찬·이응준 장군 유족의 삭제 민원도 수용할 것이냐는 강훈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삭제할지는 법령과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경영학자 출신으로 숙명여대 총장(2016~2020년)과 한국경영학회 부회장(2016년), 한국인사관리학회장(2012년) 등을 지낸 강 후보자는 보훈 업무와는 직접 관련이 없으나 지난 4일 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당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강 후보자는 6·25 참전용사의 딸이고, 독립유공자의 손주며느리로서 보훈에도 평소 남다른 관심과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후보자의 시할아버지인 백인(百忍) 권준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약산 김원봉 등과 함께 의열단을 결성해 자금 관리 등을 담당한 인물로,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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