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보수성향의 북한이탈주민 지원단체인 ‘물망초’에 5년간 6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그는 현직 판사 시절 이 단체의 발기인 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현직 판사가 특정 성향을 띄는 단체를 후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정 후보자로부터 받은 후보자·배우자·직계존비속의 최근 5년간 기부내역을 보면, 정 후보자는 2018~22년 물망초에 매년 120만원씩 기부했다.
2012년 5월 설립된 물망초는 북한 이탈 주민과 국군포로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설립 뒤 보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활동을 많이 해왔다. 정 후보자가 후원금을 낼 당시 물망초의 활동을 보면, 2018년 8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이 커지자 물망초 등 보수성향 단체는 그해 말 김 위원장이 국군포로를 송환하지 않는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같은 해 말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즉시 체포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단체는 문 전 대통령의 퇴진을 지속해서 주장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2020년 2월15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해 “이 정권(문재인 정권)은 국민을 갉아먹는 기생충 정권”이라며 “대통령도 기생충이다. 국민 영혼을 갉아먹으면서 대한민국을 김정은한테 갖다 바치려는 이 정권에 침묵할 건가”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같은해 2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엔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간통죄를 무수하게 저질렀다. 그것도 국헌을 문란케 하는 북한과의 간통죄, 중국과의 간통죄를 숱하게 저질렀다”고 적기도 했다.
2021년 5월 물망초가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권을 퇴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에 관심을 가지는 정치세력이 정권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망초 발기인대회가 열린 2012년 5월22일 언론보도를 보면,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정 후보자는 물망초 발기인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박 이사장의 제부다.
박주민 의원은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단체에 수년간 지속적으로 후원을 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판사의 행동으로는 부적절해 보인다”며 “헌법재판관이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은 국민적 신뢰와도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이에 대하여 인사청문과정에서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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