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를 방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12일 만에 다시 만난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 민심부터 붙들어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30%대 초반에서 횡보 중인 자신의 지지율을 ‘보수 본산’인 대구·경북에서부터 먼저 반등시켜 총선 승리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구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환담하고 함께 정원을 산책했다. 대통령실은 “박 전 대통령이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반갑게 맞았다.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홍차와 우유, 감과 배를 준비했다”고 두 사람의 밀착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 검사 이력으로 상처받은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달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거죠”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원의 꽃과 사저 뒷산인 비슬산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도 만나 대화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만남에 앞서 대구에서 열린 보수 관변단체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해 “(이 단체가) 가짜뉴스 추방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짜뉴스 추방 운동이 우리의 인권과 민주정치를 확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구 칠성시장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대구·경북 지역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5차 중앙지방협력회의, 유림 간담회에 이어 2주도 채 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날 대구·경북행이 ‘민생 행보’의 하나라며 “박 전 대통령 방문과 대구·경북 지역 총선 민심을 연결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의 과거(국정농단)를 다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미로 일간지에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윤 대통령도 예우를 갖추고 손을 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지역을 잘 아는 다른 여권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이 잘 정착해서 이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대구 민심”이라며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통해 민심이 긍정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에선 박 전 대통령 쪽 인사들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반윤석열’ 행보를 보이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 지역을 한달에 한번꼴로 방문해, ‘대구·경북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이 지역에 ‘정성’을 쏟는 것은 ‘보수 내분’을 사전에 차단하고 신당설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채장수 경북대 교수(정치학)는 “총선 전 윤석열식 보수와 박근혜식 보수를 융합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대구·경북 민심을 챙기는 전략만으로는 외연 확장을 할 수 없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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