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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김재록 접촉 고위인사들 수사대상 될까

등록 2006-03-27 17:33

일부 인사 불법 단서 포착…`결백' 주장 오래갈지는 의문
검찰의 김재록씨 수사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과거 김씨와 직ㆍ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가 `금융 브로커' 한 명 잡자고 검사 10명 등 90명을 투입해 대기업 본사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검찰 주변의 일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계 마당발'로 통하는 김씨는 `전 경제부처 과장ㆍ국장이라면 누구나 일면식이 있는' 정도로 인맥이 넓을 뿐 아니라 2002년 상반기까지 대표로 있던 아더앤더슨 한국 지사에 고위 관료들의 자제 여러 명이 근무한 인연도 있어 김씨와 접촉한 인사들의 행적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더앤더슨과 인연을 맺은 인물은 강봉균 당시 KDI 원장의 딸, 김진표 당시 재경부 차관의 아들, 진념 당시 경제부총리 아들, 정건용 당시 산업은행 총재의 아들 등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더앤더슨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우차 구조조정 주간사 역할과 하이닉스 부채 실사를 맡았고 1999년 경남기업 매각 당시에도 프라이스워터하우스 등과 함께 외부 자문그룹에 참여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엔론 사태 후 아더앤더슨이 문을 닫고 김씨가 세운 인베스투스글로벌도 각종 `일감'을 도맡았고 우리은행이 추진하는 국내 최대규모(7천억원) PEF에도 GP(무한책임사원)로 참여해 이헌재 전 장관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등 소문이 무성했다.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 김진표 부총리 등은 본인과 측근을 통해 이같은 김재록씨와 인연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헌재 전 장관의 한 지인은 "아더앤더슨이 공기업 경영진단을 맡았을 때 금감원과도 업무상 연관이 돼있어 두 사람이 알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그 이전에는 두 사람이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시 이헌재 장관은 자민련 몫으로 장관 자리를 얻어서 위치가 상당히 불안했고 청와대에서도 김씨가 여기 저기 너무 설치고 다녀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씨를 상당히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김씨와 만나기로 한 적이 없지만 약속 자리에만 가면 김씨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전 장관도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제한 없이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해 이 전 장관이 이후 김씨와 만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재경부장관 시절에는 (김씨의) 얼굴도 이름도 몰랐고 (지난 2000년) 장관을 그만두고 분당 재선거에 출마했을 때 도와준다고 왔다가 장인이 돌아가셨다고 며칠 만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자녀가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에 입사한 것도 본인의 힘으로 한 것이며 검찰 수사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재경부 세제실장을 맡았던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당시 정부조직 축소와 통폐합, 구조조정 등의 컨설팅을 KDI와 아더앤더슨이 했기 때문에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득을 위해 김씨를 상당히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자녀의 아더앤더슨 근무는 국내활동이 활발한 컨설팅 업체에서 인턴십으로 경험을 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고 "김씨와 나 사이에 어떤 비판받을 일도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재록씨와 인연을 맺은 나머지 경제부처 및 금융권 인사들도 이들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불법 로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전날 현대기아차 본사와 계열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제보 등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이 `김재록의 사람들' 쪽으로 흘러들었음을 추정케 하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의 결백 주장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김재록씨와 단순히 한두 번 접촉한 게 전부라는 고위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김씨와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가진 것으로 의심되고 앞으로 수사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이 확보되면 언제든지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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