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며 “민생 현장에 더 들어가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엔 “이념 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도 했다고 한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주요 원인이 윤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민생’과 ‘소통’을 부각하며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참모진과 한 비공개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민생 현장에 다가갈 것을 강조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며칠 전엔 참모들에게 “이념 논쟁을 통해 자유와 연대를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라며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말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뒤 윤 대통령은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달라”(16일)는 등 민생과 소통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생 현장 타운홀 미팅’ 등 달라진 소통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정책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용산어린이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민생’을 고리로, 수직적·일방적 관계로 비판받는 여당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새로 임명된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당 4역과 상견례 겸 오찬 회동을 하고, 당·대통령실·정부가 참여하는 고위당정회의를 매주 한 차례씩 정례화하기로 약속했다. 김은혜 수석은 “여당과 대통령실은 지금 어려우신 국민들, 청년들이 너무 많고, 국민의 삶을 더 세심하게 챙기기 위해 당정 소통을 더 긴밀히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당이 민생 현안을 챙겨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통합위원회 만찬 계기에도 여당 지도부와 만났다. 연이틀 회동을 통해 ‘김기현 2기’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로 예상보다 민심 이반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전망이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해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상황이 이어진다면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동력을 크게 잃게 된다.
이 때문인지,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 “저와 내각에서 많이 돌이켜 보고 반성도 좀 많이 하겠다”며 취임 뒤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반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치에서는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은 왕이다’라고 늘 새기고 받드는 지점이 있다”며 이 발언이 강서구청장 선거와 무관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지난해 8월17일) 이후 단 한 차례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과의 소통도 거부해왔다. ‘주 1회 고위당정협의’ 또한 지난 3월 김기현 대표 취임 직후 약속했던 것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념 논쟁’은 비판 세력을 “공산전체주의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등 윤 대통령이 앞장서 주도해온 일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대한 성찰과 변화에 관해 국민들 앞에 직접 밝혀야 한다는 주문도 여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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