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등 수사외압 특검’ 패스트트랙 지정, 내년 4월 처리 ‘김건희 주가조작 특검’도 올 연말 본회의 법안 표결 예정돼
[논썰] ‘중범죄 의혹’ 윤 대통령 부부, 나란히 특검 서는 날 오나.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해병대 수사외압 특검)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날 같이 처리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에 상대적으로 가려지긴 했지만, 의미 있는 결정입니다. 단식 뒤 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받고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특검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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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진실을 밝히려 한 군인의 입을 막으려 항명이란 누명까지 씌우고 있다. 특검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8월16일 최고위원회의)
‘해병대 수사외압 특검’에 관심이 쏠리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먼저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 해병대에 자원한 스무살 채 상병 사망의 진실이 묻혀선 안된다는 국민적 여망 때문입니다. 더불어 국방부 장관,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수사 결과 축소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권력 외압 의혹 또한 커졌기 때문일 겁니다. 윤 대통령 개입 의혹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힌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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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단장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
해병대 사령관 “(오늘)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대통령) 주재 회의 도중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
수사단장 “정말 VIP가 맞습니까?”
사령관 “맞다.”(고개를 끄덕이며)
(출처: 박정훈 전 수사단장 진술서)
‘김건희 특검’ 12월, ‘윤 대통령 특검’ 내년 처리 가능
주목할 대목은 바로 이 두번째 이유는 수사외압 특검이 갖는 헌정사적 의미와 직결된다는 사실입니다. 통상 특검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6개월의 법사위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직접 상정할 수 있게 됩니다. 본회의 상정은 60일 안에 할 수 있는데, 현재 국회 다수당은 민주당입니다. 이는 곧 수사외압 특검법이 법사위를 거치기만 하면, 내년 4월에는 60일을 다 채울 필요 없이 곧바로 본회의 처리가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윤 대통령이 직접 중대 불법 행위 의혹의 당사자로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윤 대통령이 외압을 지시하는 등 불법을 강요한 의혹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김병주 민주당 의원, 6일 특검법안 제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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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이 특검 수사 대상이 되는 이례적 상황이 이 정권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불법 의혹을 다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도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라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4월 국민의힘, 그리고 지금은 국민의힘에 합류한 당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반대를 뚫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올 연말께는 본회의 처리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중대범죄 의혹으로 특검 수사 대상이 되는 건 우리 헌정사상 유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내년 4월이면 대통령 부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특검 수사를 받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한 끝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대선 기간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도 안 나온 상황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확정적 중범죄 후보”라고 지칭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윤 대통령 자신과 부인이 함께 중대범죄 의혹을 받고, 특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현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윤 대통령 형사 책임 묻게 될 것” 벼르는 야당
이제 좀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 부부가 받는 중대범죄 의혹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윤 대통령 본인은 앞에서 봤듯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몸통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수사단장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
해병대 사령관 “(오늘)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대통령) 주재 회의 도중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
이 말을 박 전 수사단장에게 전했다고 지목된 해병대 사령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수사 축소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안보실 2차장과의 통화 사실은 인정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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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실 2차장이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저한테 전화를 해서 관련 경과에 대해서 잠시 말씀드렸습니다.”(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8월25일 국회 국방위)
안보실에 파견된 해병 대령을 통해 언론 브리핑 자료를 요청받고 이를 전달하도록 박 단장에게 지시한 사실 또한 인정했습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안보실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았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 동향을 전달받은 것은 아닌지 명명백백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이 작성한 ‘수사 진행 경과’ 문건에는 김 사령관이 박 전 단장에게 휴대폰 포렌식과 관련해 질문한 내용도 적시돼 있습니다.
해병대 사령관 “휴대폰 관련 비화폰도 포렌식할 수 있나?”
수사단장 “경우에 따라 비화폰도 포렌식 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안보실과 연락할 때 도청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비화폰이 사용됐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연락도 실재했다면,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년 특검법이 통과되고 실제 특검이 구성된다면, 이들이 사용한 비화폰을 포렌식해 실제 연락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지만,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개입하는 건 범죄 행위입니다. 만약 ‘사단장 등 특정인 혐의를 빼라’고 국방부 장관을 윽박질렀다면, 수사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하고 장관에게 부당한 지시를 수행토록 한 국기문란급 직권남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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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반드시 형사적 책임을 묻게 될 사안이라고 봅니다.”(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9일 한겨레 ‘직격 인터뷰’)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이 정도 중대한 법률 위반은, 사실이면 직접적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경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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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민주당 의원 “이 사건은 대통령이 법 위반을 한 것이고, 직권남용 한 게 분명하다고 봅니다. (…) 만천하 국민은 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증거가 넘치고 넘칩니다. 그래서 직권남용이 분명하고, 대통령이 법 위반한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법 위반하면 결과가 어떻게 됩니까?”
한덕수 국무총리 “의원님 말씀하신 대로 많은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설훈 “탄핵 갈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씀 분명히 드립니다.”
(9월5일 국회 대정부질문)
잊지 말아야 할 건,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라도 권력 외압 의혹부터 분명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의혹의 요체는 애초 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까지 적시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국방부 장관의 돌연한 지시 번복 뒤 대대장 2명으로 축소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또 국방부 장관의 돌변 배경에 윤 대통령의 격노와 질책이 있었다는 주장이 해병대 지휘 라인을 통해 불거진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연쇄 외압이 이뤄졌는지를 덮고 넘어간다면, 이후 수사기관에서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렵습니다. 특검법안 이름에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진상규명’이 들어간 이유라 할 것입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어느 부모가 군을 믿고 사랑하는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습니까?”(김병주 민주당 의원, 6일 특검법안 제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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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개입 의혹’ 법원·공판 검사도 제기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해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일반 투자자를 먹잇감 삼는 중대범죄입니다. 미국에선 징벌적 벌금과 장기 징역형으로 단죄합니다.
지난 2월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에 대한 1심 유죄 판결로 김 여사 의혹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여사 계좌 2개가 주가조작 일당에 의해 운용됐다고 적시했습니다.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 매매 102건 중 ‘김건희 계좌’ 거래는 무려 48건에 이르렀습니다.
재판부는 이 거래들을 김 여사가 직접 했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른 공범들에게 일임됐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먼저 눈길을 끈 진술이 있었죠. 김 여사가 핵심 공범들의 연락을 받아 직접 거래하는 구조였음을 짚은 내용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사건 공판 검사가 재판 과정에서 이를 제시했습니다.
검사: 2010년 11월1일 문자메시지로 김OO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보내니, 증인이 ‘준비시킬게요’ 라고 답한 게 맞나요? 그리고 또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김OO이 문자메시지를 보냈죠?
민OO: 네
검사: 그리고 7초 있다가 김건희 명의 계좌에서 3300에 8만주 매도 주문이 나오고 증인(민OO) 명의 등으로 매수됐죠? 그럼 여기서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한 대상자는 누구죠?
민OO: 저것도 추정밖에 할 수 없는데요. (…) 아까와 같이 이OO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검사: 하나만 추가로 물어볼게요. 당시에 김건희 명의 대신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한 것입니다. 그럼 저 문자를 봤을 때 누군가가 김건희한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건데요. 증인은 이OO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이OO이 김건희한테 직접 연락해서 주문 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요?
민OO: 그건 제가 잘 모릅니다. 이OO 대표하고 김건희는 제가 알기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와는 다른 채널로 알게 된 걸로 압니다.
검사: 내가 묻는 건, 저 상대방이 이OO이라고 하는데 이OO이 권오수한테 연락해서 권오수가 김건희한테 연락하는 건가요, 이OO이 김건희한테 바로 연락하는 건가요? 관계가.
민OO: 전자가 맞는 것 같은데요.
검사: 이OO→권오수→김건희 연락 구조라는 것이지요?
민OO: 네. 근데 그게 제가 추정을 함부로 할 수 없는데….
검사: 이때 사실 관계를 가장 잘 아는게 증인입니다.
(2022년 12월2일 공판 증인신문)
공판검사와 재판부 모두 김 여사 개입 의혹을 공판 진술과 판결문을 통해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검찰 조직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야당·전정권 수사엔 득달같이 달려들어 집요하게 물어뜯으면서, ‘살아있는 권력’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정권의 사냥개’가 된 검찰의 비루한 초상입니다. 특검 수사로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고 정의를 바로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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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배우자가 관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음에도 (…) 여당은 이전 정부의 수사를 핑계로 상식적인 문제제기마저 정쟁으로 일축하며…”(장혜영 정의당 의원, 4월27일 특검법안 제안 설명)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예단 섣불러, 민심에 달려
일부에선 연말께 ‘김건희 특검’이, 내년 4월께 ‘수사외압 특검’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윤 대통령 부부 수사가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국회에서 다시 통과시키려면 출석 의원 3분의2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여야 의원 300명 전부가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민주당과 특검 지지 세력을 다 합쳐도 180여석입니다. 20여석이 모자랍니다.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면, 뒤집긴 어렵다는 얘깁니다. 일부에선 이런 점을 들어 특검법 해봐야 안될 것이라며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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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거부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거부하면 다시 국회로 넘어올 수 있고 그걸 다시 재송부하려면 3분의2 찬성이 있어야 되는데 그 숫자는 없습니다. 조금만 계산해 보면 현실성이 매우 없는 루트다, 길이다라는 걸 다 알고 있습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2022년 9월1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그러나 거부권 가능성을 이유로 특검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단정짓는 건 섣부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미리 기정사실로 전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령 ‘김건희 특검’이나 자신이 걸린 ‘수사외압 특검’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면, 윤 대통령도 국민 여론에 맞서 거부권 행사를 쉽게 결정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과 부인의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쓴다면 국민적 지탄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거부권으로 수사를 막을 수 있을진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국민 신뢰를 잃는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박근혜 탄핵’에서 봤듯이 총선을 앞둔 여권 내부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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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종 선택은 민심의 향배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게 아니라 특검을 통해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정공법으로 준비해나가면 될 일입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