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들어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1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를 예상하고도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책임을 총체적으로 묻는 의미를 담아 해임건의를 추진한 것이어서, 여야 대치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찬성 175명, 반대 116명, 기권 4명으로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재적 의원(298명) 중 3분의 1이 발의하고, 재적 의원 과반(150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여당인 국민의힘(110명 투표)과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이 반대하고, 민주당(167명 투표)과 정의당(6명),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보인다. 지금까지 김황식 전 총리 등을 대상으로 총리 해임건의안이 여덟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되거나 부결됐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서, 한 총리가 이태원 참사, 잼버리 사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과정,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등에서 전혀 책임지지 않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한 총리가 지금까지의 국정운영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겠다’며 지난달 31일부터 이어온 단식투쟁에 발맞추는 뜻도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 에너지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정부에 총구를 겨눴다”(지난 18일, 윤재옥 원내대표)며 ‘정쟁용’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한 총리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에도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민생을 내팽개친 야당, 사법 리스크에 빠진 제1야당 대표가 초래한 희대의 비극이자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비난했다. 한 총리는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뒤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지금과 같이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로 짧게 언급했다고 한다.
한 총리 해임건의안은 이제 윤 대통령 책상 위로 올라갈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이 없다”고 밝혔으나,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권 인사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윤 대통령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서의 욕설 논란 등을 “사상 최악의 순방 외교 대참사”라고 규정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을 때에도, 즉시 거부했다.
하지만 한 총리 해임건의안은 여야 대치 국면에서 나머지 인사 문제들과 함께 갈등을 더욱 키우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상되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경우, 야당은 부결 의지가 강하다. 부결될 경우, 사법부 수장 공백이 발생한다. 신원식 국방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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