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2일 대구 달서구에서 열린 ‘2023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쪽 제공.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가 다른 선택을 해서 만약 대구에서 정정당당히 겨뤄보자고 한다면 가장 나쁜 놈을 골라서 붙겠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기존 본인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이 아니라 대구 지역 출마 검토를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대구 달서구에서 열린 ‘2023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들이 하는 꼴을 보고 열 받아서 확장보다는 보수부터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이 전 대표가 공천에서 배제되면 무소속으로 대구 동구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 전 대표는 “나와 강대식 의원(대구 동구을)을 갈라놓으려는 분들이 말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며 대구로 오더라도 동구을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서울) 노원병에 안 나간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여러 선택지를 남겨놨다.
또 이 전 대표는 “이 상태로 가면 21대 총선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은데 거기다 대놓고 (당 지도부가)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건 어느 나라 계산법인지 모르겠다”며 “지도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경기도에 조금 지고, 서울은 이긴다고 하면 지도부 인사들은 전원 서울 강북에 출마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투명망토 걸친 임금님’에 비유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지금 본인이 좋은 망토를 입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계속 ‘지금 망토 안 입고 계세요’라고 계속 얘기해줘야 한다. 그런데 윤핵관들은 ‘이런 망토 처음 본다’는 식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이 사기꾼들에 속아서 나체로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윤 대통령을 빗댄 것이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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