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3각 협력 결정체는 북한의 도발 위험을 낮추고 우리 안보를 더욱 튼튼하게 할 것”이라며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뿐 아니라 사이버·경제·첨단기술 등 포괄적 협력체를 지향할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기회는 확실하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미·일이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의 협력에 합의함에 따라 한국이 ‘반중 전선’의 앞줄에 서고 대만해협 등 주변 분쟁에 휘말려들 위험성이 높아지는 등 안보 리스크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을 외면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커지면 커질수록 3각 안보협력의 결정체 구조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분야와 관련해 △북한 미사일 정보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한·미·일 군사방어훈련 정례적 실시 △북한의 사이버 불법 활동 감시·차단 등을 성과로 들면서 “한·미·일 협력체는 오커스(AUKUS,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쿼드(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과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강력한 협력체로 기능하면서 확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도 “‘안보가 위험하다’는 식의 주장이 있다는데, 3국 협력을 통해 우리가 강해지면 외부의 공격 리스크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수 있는 3국 협력의 혜택과 이득도 더욱 증대될 것”이라며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한 기업들의 불확실성 감소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신흥기술 확보 경쟁에서 고지 선점 △금융시장 안정과 회복력 증진 등을 기대 효과로 설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미·일의 준동맹 수준 밀착이 국익에 미칠 부작용이나 우려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의 주체로 적시하는 등 한·미·일 협력체는 중국 견제·포위 성격이 강하다. 이는 한국에도 적잖은 부담이다. 중국은 북핵·미사일 문제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이행과 중재에 핵심적인 구실을 하고 있다. 경제 측면에서도 최근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줄고 있지만 올해 7월까지 비중이 19.6%일 정도로 여전히 영향력이 크다. 세계 패권을 두고 중국 봉쇄에 ‘다걸기’하는 미국의 국익이나,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유권 분쟁을 겪으며 아시아의 주도권 경쟁을 하는 일본의 국익은 한국의 그것과는 다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과 일본까지 개입시켜 북한을 압박한다면 북한은 오히려 더 강하게 반발하면서 우리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그럼에도 3국 협력이 한반도 안보 우려를 낮출 수 있다는 건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윤경우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도 “3국 안보협력 시 일본은 군사적 역할을 확대해 안보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윤 교수는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중국과 협력할 부분은 여전히 많은데, 중국과 멀어지고 미·일 관계에 치중하는 건 경제 다변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내 도전·도발·위협 때 3국이 신속 협의하도록 한 ‘협의에 대한 공약’은 한국을 대만해협 갈등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미 동맹보다 강한 미-일 동맹의 자장에 휘둘려 국내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은 한-일 갈등 사안에 관해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일본 편을 드는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적기지 공격능력(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방위비를 2배 이상 올리는 일본의 계획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하는 한국 정서와 먼 모습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나 과거사 문제가 불거질 경우 ‘3국 협력’을 이유로 한국이 수세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까닭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안보협력은 미국이나 일본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며 “한반도 주변 질서 또한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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